총선에서 새누리가 200석 이상 얻기를 바란다. 만약 이게 안된다면 100석 밑으로 대패하길 바란다
이번 총선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새누리나 더민당은 앓는 소리 하고 안철수만 뭔가에 신바람이 난 듯 만면에 웃음꽃이 피고 입에는 농담을 달고 다닐 정도로 여유가 있다. 마음을 비워서인지, 뭔가의 희망을 본 것인지.

19대 국회는 自他가 공인하는 역대 최악의 국회였다. 다음 총선을 앞두고 '(선거의)여왕'은 그답게 시의 적절한 화두를 던졌다. '배반의 정치', '진실한 사람'. 정치판은 엄청난 소용돌이가 응집되기 시작했다. 어떤 형태로 폭발할 것인가 모두들 숨 죽이며 바라보고 있을 즈음, '무대'가 다른 포석을 내밀었다. '거물 험지출마', '국민공천제'. 그럴듯한 포석이지만 '여왕'의 화두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데 전혀 불협화음을 내고 말았다. '배반의 정치'는 유승민으로, '진실한 사람'은 친박으로 격하시켰다. '최악의 국회 심판'이란 여왕의 포석을 망가뜨려 놓았을 뿐 아니라 도리어 惡手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무대'는 '여왕'에게 대들었다는 존재감은 얻었을지 모르겠으나 與圈에 치명타를 입히고 말았다.

서울시장 자리를 건 정치도박의 경험으로 제법 노련해진 오세훈은 본인 의지대로 종로에 눌러앉았지만, 순진한 안대희는 이리저리 휘둘리다 억지 연고에 엮여 마포에 꽂혔다. 기존에 터잡고 노력해 온 사람에 대한 배려나 사전 물밑작업도 없이 내리 꽂으니 터줏대감은 딴살림을 차리고 말았다. 둘로 쪼개지니 안대희는 우습게 되어 버렸다. 車 包를 卒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거물 험지출마'는 '무대'가 벌인 자기 정치로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유승민 축출은 첫 수로 끝냈어야 했다. 미적거리다 공천 끝날 때까지 주관심사로 남겨 모든 공천이 어수선해져 버렸다. 원칙이 모호해지니 여기저기서 반발이 튀어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한구도 잘못했고 윤상현도 잘못했다. 그러나 그들의 경거망동을 유도한 원죄는 역시 '무대'에게 있다. 이는 '국민공천제'를 떠들고 다닌 후유증이다.

'여왕'의 임기는 이제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총선이 끝나면 친박이고 뭐고 권력의 중심은 서서히 이동하게 되어 있다. 모두 우리 것이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미리 내 것과 '여왕' 것을 가리려다 절호의 기회를 날리고 이토록 힘든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무대'가 '여왕'에게 대들었다는 존재감은 얻었을지 모르겠으나 '여왕'이 던진 회심의 한 수를 무력화 시켰을 뿐 아니라 오히려 되돌릴 수 없는 惡手로 만들어버렸다.

지금 식물국회를 정상화 시키기 위해서는 의석수 200석을 얻지 않으면 안된다. 현재법으로는 案件을 본회의에 올려 可決시키려면 3분의 2(200석) 이상이 필요하다. 180석으로는 안건신속처리를 가결할 수 있으나 가결되어도 심사기일을 채우기 위해서는 최장 270일을 기다려야 한다. 결론은 180석도 힘을 못 쓰고 200석 이상 되어야 현행 식물화국회법을 정상적으로 고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가 200석 이상 얻기를 바란다. 만약 이게 안된다면 100석 밑으로 대패하길 바란다. 더민당이 쪼개지는 것을 보고 180석을 욕심 내던 '무대'가 지금 과반수 얻기가 '간당간당'하다며 땅바닥에 엎드렸다. 200석을 못 얻고 간당간당하면 19대 국회보다 나아질 희망이 없어진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폭삭 망하는 게 나을지 모른다. 새 길이 보일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라도 제 역할 해 주면 좋으련만. 대한민국 운명이 지금 간당간당거리는 듯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