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진실과 거짓의 분별이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등 엄격하지 않은 듯하다. 임진년(1592년)의 변고(왜란)에 도성이 함락되자 포로가 된 부녀가 헤아릴 수 없었다. 절개를 지키다 죽은 부녀에 대해서 난이 평정된 후 지방관들이 조정에 글을 올려 그 집이나 마을에 홍살문을 세우고 열녀로 표창하였다. 그런데 실제는 일본에 포로로 잡혀 갔음에도 절개를 지키려다 죽었다는 거짓이 많았다고 한다.

난이 끝나고 몇 년 지난 갑진년(1604년)에 송운(松雲/사명대사)이 사신으로 일본에 갔었는데 조선에서는 死節者(절개를 지키다 죽은 사람)로 알려진 사람들이 일본에서 살고 있었다. 그들은 사신에게 서신을 주며 조선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나 사신들이 돌아와 막상 이를 전하려 하자 가족들이 받지를 않았다. 지친(至親)이 절개를 지킨 집안으로 알려져 있는데 포로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 소문나면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寒皐觀外史(한국정신문화연구원) 참조]

한일합병 후 일본이 전쟁을 일으키고 패색이 짙어지자 일부 조선인들이 독립에 뜻을 두고 활동을 개시했다. 그러나 실제 그 숫자는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시정부 의정원 문서에 의하면 1945년 4월 1일 광복군 수가 339명으로 보고 되어 있다. 이 숫자도 이런저런 이유로 뻥튀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독립유공 포상자는 무려 1만4329명(2016.3.1.현재 보훈처 집계)이다. 어디서 무더기 독립운동가가 나타났을까? 먹고 살기 어려워 만주에 가서 개장사 하던 이들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확신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친일청산 문제도 그렇다. 최근 한 민간단체에서 임의로 만든 친일인명 사전이란 책자를 좌익교육감들의 지원 아래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강제 보급에 나섰다. 이 사전에는 4776명의 친일인사 명단이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 중에는 독립유공자도 섞여 있고, 처음 수록되었던 숫자가 해를 거듭할수록 변동되고 있다. 당초 반민특위가 발표한 반민족행위자는 688명이다. 해방된 지 70년이 넘어 대부분 죽고 없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후세인들에 의해 뻥튀기해 놓고 넣었다 뺐다 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사례는 광주 5·18사태의 경우다. 사태가 진압되고 사망자나 주동자로 잡혀간 이들의 가족들은 죄인 된 심정에 바깥 출입도 삼갔다고 한다. 물론 이웃으로부터도 경원시 당했다. 국군에 대적한 사실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일이요, 혼란을 틈타 개인적인 복수극을 벌인 이도 있고, 금은방을 턴 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실제 총에 맞아 죽은 자들 대부분은 국군이 소지한 M1이나 M16소총이 아닌 경찰관서나 예비군 무기고에서 탈취 당한 카빈소총에 맞은 것으로 부검 결과가 나와 있다. 이들 모두가 민주화 유공자들이라니, 그리고 관련 보상자 수가 무려 5000명이 넘는다니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진실과 거짓의 분별이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등 엄격하지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