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한글세대에서 세계적인 인물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건 일종의 妄想(망상)이다. 현대영어 철자법은 기본적으로 중세영어의 철자법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영어 스펠링은 중세 이후로 별로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어의 발음은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며 변한 것도 있는데 철자는 중세의 것을 그대로 쓰고 있다는 말이다. 영어 音의 변화에 따른 철자 개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교육을 받은 영어권 국민들은 500년 前의 英文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영문학자나 知的(지적) 엘리트가 아닌 평범한 일반인들도 뜻만 있으면 누구나 15세기나 16세기의 英詩(영시)를 즐길 수 있다. 중학생도 세익스피어 드라마를 이해하면서 읽는다.

영국인들은 21세기 현대에 살아가면서도 중세 이후로 축적되어 온 문화적 창조물에 큰 어려움 없이 다가갈 수 있다. 영국의 문화적 전통은 500년 이상 된 거대한 참나무처럼 줄기가 엄청나게 굵고 뿌리가 깊다는 것이다. 창조의 열매는 뿌리 깊은 巨木(거목)에서 많이 열린다. 영국에서 인문학이든 자연과학이든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인 인물이 많이 배출되는 것도 이유가 있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두 차례의 文字(문자)개혁으로 장구한 세월에 걸쳐 축적되어온 문화의 둥지와 뿌리가 잘려 나갔다. 한국인들은 甲午改革(갑오개혁)의 國漢혼용 정책으로 漢文 문맹이 되었고, 1970년대의 한글전용정책으로 漢字 문맹이 되었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에 걸친 文字혁명으로 한국인들은 16세기나 17세기의 한문 문헌은 고사하고 불과 40년 前, 즉 1970년대 이전의 國漢 혼용의 신문이나 책을 읽을 수만 있게 되었을뿐 그 뜻은 알지 못하게 되었다. 일종에 암호화 된 것이다. 한글은 표기수단이자 발음부호에 해당하는 데, 한글만으로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건 매우 어렵다. 그래서 한자混用(혼용)이 필요한 것이다.

2016년 현재 한국은 문명의 보존과 발전에 핵심이 되는 文字문화의 축적기간은 40년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글專用(전용)이라는 문화적 自爆(자폭)행위가 이런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다.

500년이 넘는 영국에 비하면 이건 아예 비교거리도 되지 않는다. 한국의 한글세대에서 세계적인 인물들―정치가, 기업인, 학자, 문학인―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망상이다. 자연과학은 몰라도 적어도 인문학에서는 노벨상을 기대할 수도 없다. 뿌리 없는 나무에서 창조적 문화의 열매를 기대하는 것은 緣木求魚(연목구어)와 같은 허망한 바람에 불과하다. 늦었지만 한글專用을 하루라도 빨리 폐지하는 게 노벨상으로 가는 첫 걸음일 것이다. 또 文明 파괴행위를 막는 최선의 방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