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도 본받아야. "나라를 잘 이끌어 갈 최고"인지 당사자나 선택권을 가진 국민들이나 제대로 심사숙고해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최근 한 미국인 경영자와의 식사 자리에서 계열사 매각에 관한 질문을 받고 "각 회사에 베스트 오너(최고의 주인)를 찾아주려 노력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기사가 한 신문에 실렸다.

이 부회장이 그저 하는 말 같지는 않다. 그는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뇌출혈로 쓰러지고 지난 2년간 실질적인 삼성의 리더 역할을 해왔다. 이 길지 않은 기간에 가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구조조정을 실현했다. 그 중에 가장 주목받을 만한 것이 대형 계열사 매각이다. 삼성종합화학, 삼성정밀화학, 삼성테크윈을 비롯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화학, 방위산업 관련 계열사와 사업부문을 타사에 넘긴 것이다. 의외로 세상은 조용했다. 그 뜻을 미쳐 헤아리기 어려웠기 때문인지, 잘 하는 일인지 잘못하는 일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워서인지 대부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보도로 이 부회장의 속내 일부가 공개된 셈이다. "최고의 주인을 찾아 주려는 것"이 이유의 전부일 수는 없겠지만 그의 변은 크게 환영할 만하다. 우리는 흔히들 젊은이들에게 장래 진로에 대해 '잘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조언을 해 준다. 그러나 다 아는 이 세상이치를 막상 사람들이 잘 지키기란 어렵다. 이렇게 조언하는 당사자들도 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 부회장이 이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보아온 한국 기업 사회의 병폐 중에는 '문어발 경영'이 있다. 조선소에서 많이 소비되는 목장갑마저 직접 생산한 경우가 있었다. 돈 된다 싶으면 하나도 남 주기를 꺼렸던 것이다. 이런 싹쓸이 경영관행이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反기업 정서'에 한 몫을 해 왔다. 기업간 중복 투자의 문제가 드러나는가 하면 '골목상권 보호'라는 말도 그래서 생긴 것이다. 시민단체가 나서고 법규로 제한하는 등 이의 해소를 위한 다각도의 노력으로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년 매출 수조 원짜리 대기업 여러 개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넘긴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우리 정치계가 이를 본 받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현재 여론조사상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두 사람이 "정치를 잘 할 수 있는 최고", "나라를 잘 이끌어 갈 최고"인지 당사자나 선택권을 가진 국민들이나 제대로 심사숙고 하는 것 같지가 않다. 당사자도 인기가 아닌 스스로의 능력을 점검해 보고 자신보다 나은 사람이 없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고, 이를 선택하는 국민들도 바람에 휩쓸리지 말고 이 나라에 그들이 과연 최고인가를 제대로 따져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