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잔치의 날'이 기다리고 있다. 그 날의 아수라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저축하지 말라는 비정상의 시대다. 물론 공식적으로 누가 '저축하지 말라'라고 하는 이는 없다. 그러나 없던 휴일까지 만들어 쉬게 하는 이유가 놀러 가서 돈 쓰라는 뜻이라니 결국 저축하지 말라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야 경제가 돌아간다고 한다. 심지어 빚을 권하는 사회가 되어 있다. 페달 밝기를 멈추면 넘어지게 되는 자전거 타기 같다. 미래는 보이질 않는다.

이 정부가 들어서고 나름대로 의욕적으로 구상하여 만든 여러 법안들이 국회에 들어가 폐기될 지경에 처하자 친박의 핵심이라는 최경환이 기재부 장관으로 들어갔다. 야당이 법안을 깔고 앉은 채 '그래, 어디 한번 해 봐!'라는 듯 비웃고 시간을 끄는 사이 국민들은 어렵다고 성화요 대통령의 한숨은 깊어갔다. 최경환이라고 무슨 용 빼는 재주가 있을 턱이 없다. 인위적인 경기 부양에 나섰다. 가장 손쉬운 방법, '부동산 거래 활성화'.

예전에 복부인이 있었다면 지금은 복청년이 나타났다. 이곳 춘천에는 뒤늦게 서울 수도권의 젊은 봉급자들이 몰려와 소형 아파트 두세 채씩 사 놓고 갔다.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에 육박하고 은행 대출이자는 최저 수준이니 자기 돈 얼마 들이지 않고도 몇 채씩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가고 오르기를 기다린다.

이들을 위해서는 아파트값이 계속 올라줘야 하는데 세상 일이 바라는 대로만 가는 게 아니다. 아차 하는 날에는 집값은 거품 가라앉듯 쪼그라들고 집주인, 임차인, 은행 등 모두가 낭패 볼 것이다. 설마 하겠지만 낭패는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부터 온다. 내 눈에는 아슬아슬해 보인다.

최경환은 가고 후임은 지금 돈 찍어낼 궁리를 하고 있다. 돈 찍어 빚 많은 회사를 살리면 회사를 그 꼴로 만들고 자신들은 매년 수억 원에서 수십 억씩 봉급과 성과급 챙겨간 '전문경영인(?)'들은 저절로 면책되고, 더불어 날뛰던 귀족 노조도 한숨 돌린다. 그러나 돈이 풀리면 물가는 오르고 세금부담은 커질 것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는 필연이다. 결국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각종 혜택은 줄어들고 부담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는 견딜 만하다. '빚잔치의 날'이 기다리고 있다. 그 날의 아수라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짜증나는 얘기지만 '그리스 부도사태'를 잊어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은 야당만 원망하고 있을 게 아니라 비상대책을 세워야 한다. 어떤 방법(권한)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