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朴의 전횡으로 사퇴한 김용태 혁신위원장을 보며- 총선 참패 직후 새누리당은 民意에 대해 속죄(?)할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 일환으로 정진석 의원을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으로, 정진석 원내대표는 48세의 젊고 반듯한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임명했다. 金 의원은 야당의 텃밭인 서울 양천乙에서 내리 3選을 했고, 이한구 前 공천관리위원장의 칼날로부터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수도권 의원이다. 그의 혁신위원장 임명은 새누리당을 변화와 혁신으로 이끌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당 전국위 소집을 사실상 무산시킨 親朴(친박)의 전횡으로 김용태 의원은 혁신위원장 직에서 사퇴하고 말았다. 친박계는, ‘김용태 혁신위’가 행여나 총선 참패의 원인을 친박계가 주도한 공천으로 규정해 ‘친박 2선 후퇴론’을 거론할까봐 의도적으로 전국위 소집을 무산시킨 것으로 보인다.

金 의원은 사퇴 직후, 언론을 통해 “새누리당에서 정당 민주주의는 죽었습니다.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를 잃었습니다”라며 “국민에게 무릎을 꿇을지언정 그들(注: 親朴)에겐 무릎을 꿇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이 얼마나 더 어려움을 겪어야 정신을 차릴까’하는 국민들의 질책이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보도되었다.

지난 5월19일 정진석 원내대표는, 김용태 혁신위원장 내정 문제와 관련, 자신이 金 의원에게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고 내정한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친박계의 과도한 집단행동(전국위 무산) 때문에 혁신안은 물 건너갔고, 동시에 새누리당이 혁신할 수 있는 기회마저 사라져 버렸다. 친박계는 더 이상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용태 의원의 人品을 아는 이들은 이번 金 의원의 사퇴를 안타까워 하고 있다. 혁신위원장 사퇴 후 김용태 의원의 몸값은 오히려 급상승했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다. 金 의원이 새누리당 ‘젊은 대권주자’ 반열에 조기등판 했다는 것이다.

발전적 변화와 희망찬 미래를 위한 民生 정치를 꾸준히 지향해 왔던 김용태 의원의 중도하차는 오히려 새누리당의 내부 혁신을 또 다른 차원으로 점화시킬 활화산의 지렛대가 될지도 모른다.

변화를 거부하는 친박계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紙面(지면)을 장식하는 동안 새누리당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자유언론인협회장, 정치평론가. 치의학박사 양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