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당이 이번 총선에서 조그만 성과를 거뒀다고 기고만장이다. 대통령도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는다고 한숨이나 쉬고 5년을 끝낼 수는 없다.
더불어당이 ‘국민연금 공공투자 특위’란 것을 출범시켰다고 한다. 국민연금 기금에서 國債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매년 10조원씩 10년간 100조원을 동원해 장기 공공임대주택, 국공립 보육시설 등을 짓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을 빌려 복지시설 확충에 나서도록 법을 만들 궁리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세상에는 써도 써도 바닥나지 않고 보충되는 재물, 이른바 '화수분'은 없다. 최소한 쓰는 만큼의 보충은 있어야 현상유지라도 되는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은 평소에 국민들이 각출하여 모은 돈이다. 그리고 별도 기관에서 이를 운용하여 키워서 연금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다. 내는 것 보다 되돌려 받는 게 많도록 설계되어 있다. 당연히 모자랄 수밖에 없어 때때로 정부에서 세금을 투입하여 보충해야 하는데 오히려 정부가 빌리는 모양새만 갖추고 빼 내어 써 버리면 어쩌자는 것인가? 누가 갚을 것인가?

이런 업무는 원칙적으로 정부 소관이다.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을 비판하더니 국회가 일을 덜어주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월권을 하겠다는 것인가? 더불어당이 이번 총선에서 조그만 성과를 거뒀다고 기고만장이다. 새누리당의 자중지란 덕에 망할 찰나에서 겨우 회생한 처지를 잊고 마치 정권을 인수한 것인 양 설치고 있으니 제정신인지 의문이다. 이 정부가 들어서면서 의욕적으로 내놓은 역점 사업에 대한 법안을 지금까지도 통과시켜 주지 않고 뭉개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잊은 게 아니다. 포기한 것뿐이다. 해야 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해서는 안 될 일만 꾸미는 행태를 버리지 않으면 이번에는 기사회생 하였으나 결국 망하고야 말 것이다. 자기들만 망한다면야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미 시행되고 있는 '국회식물화법'도 그렇지만, 두 번에 걸쳐 연달아 대통령 거부권에 부딪힌 ‘시행령수정요구권법’, '상시청문회법' 등은 국회가 정부를 통제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입으로는 '제왕적 대통령'이라며 실제는 정부를 국회 하부기관쯤으로 여기려는 행태다. 또는 정부를 준범죄집단으로 치부하고 단속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국민들은 정부보다 국회를 더 나쁜 집단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녕 모른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정부가 잘 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남북통일을 하려면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고 흡수해야 하는데 비무장지대에 공원 만들 생각부터 하고, 경제를 살리려면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복지에 정신을 팔고, 이러고 있으면 누가 통일을 시켜주고 누가 경제를 살려 줄 것인가?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는다고 한숨이나 쉬고 5년을 끝낼 수는 없다. 박 대통령의 임기는 중간을 지난 지도 한참이나 되었다. 남은 임기도 후루룩 가버릴 것이다. 이대로라면 너무나 허망하게 끝날 것 같다.

국회를 탓하며 한숨을 쉬어봐야 아무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 무슨 활로가 없을까? 대통령에게는 비상수단이 있다. 헌법 제 72조에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는 국민투표부의권이다. 남은 임기를 걸고 내리막길을 치닫는 國運을 돌려세울 혁명적인 묘안을 여기서 찾을 수는 없을까? 서울대 나오고 세계 각국에 유학 가서 배워온 머리들 다 어디 갔는가? 참으로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