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주식 취득은 2005년에 했고 그로부터 무려 6년이 지난 2011년에야 회사가 상장되었다. 그리고 주식 매각은 그로부터도 4년이나 뒤에 이뤄졌다. 이는 장기투자 성격으로 봐야지 단기차익을 노린 미공개 정보 이용으로 보기에는 무리인 듯싶다.

게임업체 '넥슨'의 비상장(非上場) 주식을 사들여 큰 시세차익을 얻은 한 검사장 얘기가 뜨겁다. 대강의 얘기는 이 검사가 십수 년 전 당시 비상장 업체였던 '넥슨' 주식 1만주를 친구인 이 업체 사장의 권유로 투자하여 훗날 이 업체가 상장하게 되면서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친구 잘 둬서 횡재한 이 사연이 왜 파장을 몰고 온 것일까?

문제는 당사자가 권력을 쥔 검사였다는 것이다. 해서 뭔가 흑막이 있지 않는가 하는 세간의 의심이다. 의심의 내용은 크게 둘이다. 첫째는 '무슨 자금으로 취득했는가?' 이고, 둘째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법 취득이 아니었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별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취득자금 출처를 처음에는 자기 돈이라 하다가 장모 돈이라 하다가 말이 좀 달랐다고 하는데 최종 확인된 것은 해당 업체에서 빌려준 것이라 한다. 회사가 빌려줬어도 이듬해에 자기 돈과 장모가 보탠 돈으로 갚았다니 그가 거짓말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바깥에 말이 전해지는 과정에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업체 대표의 배임 등의 문제가 있는지는 별개 문제다.

그리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인가 하는 문제는 좀 애매해 보인다. 주식을 취득할 당시 해당 업체가 곧 상장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큰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확실한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실제 주식 취득은 2005년에 했고 그로부터 무려 6년이 지난 2011년에야 회사가 상장되었다. 그리고 주식 매각은 그로부터도 4년이나 뒤에 이뤄졌다. 이는 장기투자 성격으로 봐야지 단기차익을 노린 미공개 정보 이용으로 보기에는 무리인 듯싶다.

신생 벤처사업체에게 6年이란 세월은 흥할 수도 있지만 망할 수도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당시 회사 대표나 투자자 모두가 회사가 잘 될 것으로 나름대로 비전을 가졌겠지만 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변수(變數)가 너무나 많은 곳이 주식시장이다. 흥한다고 해도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 법률적으로 어떻게 위법으로 성립될 지는 모르겠으나 상식적으로는 특별히 누구에게 피해 준 것도 없고 별 문제 삼을 게 없어 보인다. 내 눈에는 친구간의 깊은 友情이 부러울 뿐이다.

故事를 통해보면 우정에 관한 얘기가 많다. 생각나는 대로 열거해 보자. 교칠지교(膠漆之交), 금란지교(金蘭之交), 단금지계(斷金之契), 막역지우(莫逆之友), 문경지교(刎頸之交), 빈천지교(貧賤之交), 수어지교(水魚之交), 죽마고우(竹馬故友), 지란지교(芝蘭之交), 그리고 관포지교(管鮑之交). 이렇게 열거하는 것은 독자들이 한번쯤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하기 위해서다. 지금 세상에서는 찾아보기 드문 얘기들이다.이 중에 管鮑之交를 소개해 보자.

춘추시대 제(齊)나라에 친구 사이인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라는 두 사람이 있었다. 관중이 친구 포숙아를 두고 한 말을 들어보자.

"일찍이 내가 가난할 때 포숙아와 함께 장사를 했는데, 이익을 나눌 때 나는 내 몫을 더 크게 했다. 그러나 포숙아는 나를 욕심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가난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사업을 하다가 실패하였으나 포숙아는 나를 어리석다고 말하지 않았다. 세상 흐름에 따라 利로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세 번 벼슬길에 나아갔다가 번번이 쫓겨났으나 포숙아는 나를 무능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시대를 만나지 못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싸움터에 나가 세 번 모두 패하고 도망쳤지만 포숙아는 나를 겁쟁이라고 비웃지 않았다. 내게 늙으신 어머니가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를 낳은 이는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아였다"

위 검사와 사업가의 관계를 友情의 측면에서 보면 그저 부러울 뿐인데 의심을 하기 시작하니 끝이 없게 된다. 한번 품은 의심은 '거 봐!'라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결코 거두기가 어려운 법이다. 내가 보기에 좀 아쉬운 점은 의외의 횡재를 했으면 이를 능히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했어야 하는데 생각이 미치지 못한 듯하다. 감당하기 벅찰만큼의 財物이 떨어지면 權力은 미리 버렸어야지. 아니면 권력이 다 하고 난 다음에 재물을 취하던지. 福과 禍는 같이 온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