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300명中 일본어 가능자 두 명. 2015년 기준으로 訪韓 일본인 183만, 訪日 한국인은 400만 명.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앞으로 시시한(?) 거제도는 놀러 안간다고 했다. 왜냐니까, 동네 친구들이랑 형들이 오사카 유니버셜스튜디오에 놀러갔다는 것이다. 들어보니, 동네 초딩들 중에 오사카유니버셜스튜디오 안 갔다온 애가 몇 안되는 것 같다.

우리가 자라던 70년대나 80년대는 한국과 일본의 소득차가 너무 커서 당시에는 일본인들이 한국에 오는 경우는 흔해도, 한국인이 일본으로 관광을 가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하층민인 농협 조합원들이 기생관광을 올 때도 한국인들에게 일본 관광 여행은 벅차던 시절이었다.

근데 요즘은 거꾸로 2015년 기준으로 訪韓 일본인이 183만인데 비해 오히려 訪日 한국인이 400만이 넘었다고 한다. 訪韓 일본인도 엔高 때문에 그 수가 많이 줄었지, 과거에는 매년 300만이 훨씬 넘었으므로 양국 합친 상호 방문객수는 얼마 안가 700만이 넘을 것 같다.

이렇게 늘어나는 상호 방문객수만 보면 한국과 일본이 무척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은데 과연 그럴까? 20대 국회의원 300명중에 일본어 가능자가 두 명이라고 한다. 새누리당의 김 모 의원은 일본근무 경력이 있는 외교관 출신이고, 더민주당의 강 모는 일본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유학파인데, 이 두사람이 唯二한 일본어 가능자라고 한다. 다소 충격적이다. (모 일간지 보도의 眞僞가 의심스러울 만큼)

아마 1950년대, 60년대, 70년대, 아니면 80년대까지도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일본어 구사능력은 출중했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까지 해방 이후 이승만을 제외한 대한민국의 모든 대통령들은 일본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했고, 거의 모든 정치인, 거의 모든 대기업 임원 등 政財界의 지도층 인사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비록 해방은 1945년에 되었지만, 일제시대 교육을 받은 한국의 엘리트들은 그 후에도 40-50년 가까이 한국사회를 이끌었고, 일본어는 한국 엘리트들의 公用語였다. 일제시대는 35년이지만, 한국이 사실상 일본의 경제적, 문화적 그늘 속에 있었던 시기는 러일전쟁 이후부터 거의 100년에 달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일관계는 이제 質的인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이래 한국에는 일본어 가능한 대통령이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영어의 위상이 급격히 높아져 제2외국어 학습 자체를 기피하는 젊은이들과, 제2외국어를 선택해도 중국어를 선택하는 추세를 볼 때 앞으로 과거처럼 일본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한국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제 일본인들은 한국의 대통령, 장차관, 국회의원, 기업 임원 등을 만날 때, 가운데 통역을 앉혀 두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한국 엘리트들의 국제공용어는 영어지 이제 더는 일본어가 아니다.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의 두 배인 2015년. 300명의 국회의원중 일본어 가능자가 딱 두 명인 한국 國會. 삼성그룹 등 한국 대기업 임원들 중 일본어 가능자가 거의 없는 한국 財界.

일본인들도 이제는 지난 100년간 일본의 영향력 아래 있던 한국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나라로 변하고 있음을 認知해야 할 것이다. 규모나 성격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한국의 등장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고 한일관계가 질적인 변화의 과정에 있음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달라지는 한국을 대등한 이웃으로 인정하는 것이 건강한 한일관계의 시작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