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번에 1000㎞ 이상의 고도에서 대기권으로 재돌입하는 데 성공했을 수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아래 글의 출처는 문화일보 입니다.

북한이 22일 무수단 미사일 시험발사를 기어코 성공시킴을 계기로 그 미사일 능력을 새삼 평가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1980년대에 스커드-B(사거리 300㎞)와 스커드-C(500㎞), 1990년대에는 노동미사일(1300㎞)을 개발, 배치했다. 이들은 한국 공격용으로서 수차례의 시험발사를 통해 성능이 확실하게 입증된 것들이다. 북한은 스커드 200~600기, 노동 미사일 90~200기 정도를 보유하고 있고, 200기 정도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를 활용해 이들을 기습적으로 발사할 수 있다.

북한은 시험발사 없이 2007년 무수단 미사일(3500㎞), 2013년 KN-08(우리가 붙인 이름) 이동식 대륙간탄도탄(ICBM) 미사일을 배치했다. 2012년 12월과 2016년 2월에는 인공위성 발사라는 명분으로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했고,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수중 사출에도 성공했다. 이것들은 미국 공격용으로서 무수단은 수십 기, KN-08은 수 기 정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미사일들이 최근 부각되는 것은 핵무기를 탑재, 발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사일은 사거리가 짧을수록 무거운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데, 스커드 B는 1000㎏, 스커드-C는 770㎏, 노동은 700㎏, 무수단과 KN-08은 650㎏ 정도를 탑재할 수 있다. 지금은 북한이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할 정도로 소형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미사일 방어가 사활적 중요성을 갖는 이유다.

이번 무수단 미사일의 경우 6회 중 5회 실패보다 최종적으로 성공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북한이 미국 영토인 괌을 공격할 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동맹공약을 이행하려 할 때 북한은 핵무기로 괌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할 것이다. 한국 핵전략의 핵심 요소인 미국의 확장억제가 도전받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은 이번에 1000㎞ 이상의 고도에서 대기권으로 재돌입하는 데 성공했을 수 있다. 이 기술은 북한이 ICBM을 개발할 때 필수적인 항목으로, 그만큼 미 본토에 대한 핵미사일 위협이 커졌고, 그만큼 미국의 확장억제가 위협받을 수 있다.

북한은 이번 무수단 미사일을 400㎞로 줄여서 비행시켰다. 미국 공격용 미사일로도 한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과시인 셈이다. 이와 같이 고도를 높인 후 빠른 속도로 낙하하는 미사일은 PAC-3가 요격할 수 없다. 사드(THAAD)를 포함한 상층방어가 불가피한 이유다.

북한의 다양한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킬 체인’을 활용한 선제타격도 필요하지만, 체계적인 미사일 방어가 더욱 안정적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미사일 방어 개념에서 종말 단계 상층방어가 갖는 비중을 높여야 한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로부터 주요 도시를 방어할 수 있도록 하층방어의 PAC-3를 충분히 확보하면서, 장거리 미사일의 고고도 공격에 대비해 미군의 사드 배치를 허용함은 물론 한국 자체의 방어체계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미사일 방어를 위한 예산과 조직의 확대 및 강화가 시급할 것이다.

앞으로 북한이 ICBM이나 SLBM의 개발에 성공할 경우 미국이 동맹공약을 이행하려면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까지 감수해야 하고, 그만큼 이행의 불확실성도 커질 것이다. 최근의 트럼프 현상이 보여주듯 안보 고립주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제2270호를 철저하게 이행해 북한의 핵(核)과 미사일 개발을 차단하고,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유도해야만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