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은 좌익도 아니면서 까닭 없이 미국과 소원해졌다. 동맹을 믿고 동맹국의 또다른 동맹국을 헐뜯는 것은 스스로 누워 침뱉기다. 군사전문가인 박휘락 국민대 교수가 칼럼을 통해 연일 한미동맹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이 진전을 보이고 있고, 앞으로 미국 본토에 대한 핵미사일 위협이 가중되면 미국의 한미동맹 공약 이행이 어려워질 수가 있다는 견해다. 한미동맹이란 게 天賦的(천부적)인 것이 아닌 이상 상황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굳건해 보이던 동맹에 이런 변화의 가능성이 열린 것으로 우려하는 것이다.

韓美간의 동맹에 이상 징후가 생긴 것은 바깥의 상황변화 이전에 우리 스스로 저지른 일탈에서 먼저 찾아야 할 것이다. 김대중은 대통령에 당선되자 미국과의 관계를 염려하는 일각의 시각과는 달리 업신여김을 당할 정도로 저자세였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미국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 공격이 가능한 핵과 미사일 개발에 자금을 공급하는 등 이중적인 행태를 보임으로 미국으로부터 불신을 해소할 수는 없었다.

겁 없는(?) 노무현은 한 발 더 나아갔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反美성 발언들에 맛을 들였다. 미군 장갑차에 치어 숨진 미선·효순양 사건으로 연일 반미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후보는 한 강연에서 "반미주의자면 어떠냐"(2002년 9월 11일)라고 했다. 이 때만 해도 표 얻기 작전 정도로 치부하려 했으나 그는 당선 직후 '사진 찍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을 대하는 태도의 일면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미국에는 별 볼 일이 없다는 식이다. '용산기지 평택 이전 발표' 때는 '간섭과 침략과 의존의 상징'(2004년 3월 1일)이라 했고, 전작권(전시작전권)을 환수하겠다며 '미국에 매달려 가지고,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가지고, 미국 엉덩이 뒤에 숨어서 형님 백만 믿겠다, 이게 자주국가 국민의 안보의식일 수 있느냐?'(2006년 12월 21일)>며 한미동맹의 근간인 안보문제를 희화화(戲畫化) 했다.

한국에서 김대중에 이어 또다시 좌익 정권이 탄생하고 반미 분위기가 고조되자 뉴욕타임즈는 2003년 1월 17일자 칼럼을 통해 '3만7000명의 주한미군이 한국의 배은망덕한 자들에게 지하철에서 뺨을 맞는 데, 우리가 연간 30억달러를 지불해야 하는가'라며 노골적인 지적을 했다는 뉴스가 타전되었다. 당시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부 장관은 워싱턴을 방문한 정대철 의원등 (노무현)당선자 '특사단'에게 '한국정부가 필요 없다고 하면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할 필요가 없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고 했다. 외교적 수사나 격식도 생략한 채 단도직입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이후에도 미군기지 평택 이전 결정에 반대하여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이어진 좌익단체들의 반미 폭력 시위는 알게 모르게 한미동맹에 결정적 위협을 가한 게 아닌가 여겨진다.

국민들은 반미 시위를 하고 대통령은 전작권 돌려 달라고 떠들고 다니니 미국으로서는 동맹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계기가 됐을 것이다. 한국은 한국 입장이 있고, 미국은 미국 입장이 있다. 6.25전쟁 이후 북한은 한국과 미국의 공동의 적이었다. 입장이 같다고 여겨 온 인식의 차이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노무현은 2006년 9월 워싱턴에서 미 의회 지도자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우방의 군대를 인계철선으로 하자는 주장은 옳지 않다”며 전작권 환수(?) 타당성을 설명했다. 美측에서 할 만한 발언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한 것이다. 그리고 '인계철선'이란 발언을 그렇게 쉽게 하는 게 아니다. 그 방정맞음에 아연실색(啞然失色) 할 지경이다. 훗날(2013년) 커티스 스카파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한강 이북에 작전 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미군이) 잔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미연합사령관이 대한민국 대통령보다 더 한국의 안보를 걱정하는 꼴이다.

駐韓 美軍은 존재 자체로 한반도의 가장 강력한 대북 억지력이다. 주한 미군이 타격을 받으면 저절로 막강한 군사력의 지원을 받게 된다. 기왕에 주둔하려면 전방에 배치하는 게 우리가 바랄 일이다. 우리로서는 체면을 접는다면 그야말로 바지가랑이라도 붙잡고 부탁해야 할 일인데 오히려 내 쫓으려 하니 이 사람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나 그 정체를 의심해 볼 일이다.

한심한 일은 좌익 정권뿐만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은 좌익도 아니면서 까닭 없이 미국과 소원해졌다. 우방이라 할 일본에 대해서는 극단의 선택으로 멀어지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보다 더 중요하고 밀접한 관계인 일본에 대해 한국이 욕하고 다니는 게 그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아무리 친한 친구간이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 동맹을 믿고 동맹국의 또다른 동맹국을 헐뜯는 것은 스스로 누워 침뱉기다. 미국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세계인들이 일등 국가로 인정하는 일본을 욕하고 다니는 것은 스스로 "우리는 얼빠진 사람들이오" 하는 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