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민의 유럽연합(EU)탈퇴 국민투표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이변이었다. 이성으로 따지면 28개국이 가입하고 인구가 5억 명에 달하는 EU에 영국이 남는 것이 타당했다.

하바 쿠미코(羽場久美子) 교수

그러나 영국 국민은 이탈을 선택했다. 대영제국의 자존심이 '왜 EU라는 소국(小國)집단의 말을 듣지 않으면 안 되느냐'며 반발을 한 결과였다. 

영국이 기사회생의 길을 취한다고 하면 각각 13억 안팎의 시장을 가진 대중국 접근과 6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의 시장연계가 될 것이다.

이들 국가는 모두 과거 대영 제국의 식민지 또는 그 영향 아래에 있던 나라들이다.

영국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장 적극적으로 관여해왔다. 영국은 세계 금융 센터와 인프라 정비의 노하우를 살리고 아시아에 발판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중국은 최근 EU, 그 중에서도 독일과 관계가 깊어지고 있어 영국에 대해 별도의 관계를 긴밀히 유지해 나갈지는 미지수이다. EU측도 역내 국내 총생산(GDP) 2위인 영국이 빠지게 된 이후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과 인도에 대한 접근을 강화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對아시아 리밸런스(재균형)' 전략과 '중국 봉쇄'에 대응하는 형태로 EU와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심화하고 있다. 중국은 EU의 불안과 내부의 분리주의가 확대되어 EU가 분열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자칫 중국 내 소수 민족 분리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EU가 영국의 독자 노선에 강경 태도를 취할 것이라면 중국과 영국 양국의 밀월 관계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 있다. 양자택일이 되면 중국은 영국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나 전략적으로도 EU를 취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어려운 선택을 재촉당하고 있다. 글로벌화에 따른 자유 경쟁이 아니라 국가 주권을 우선으로 하는 ‘영국제일주의(Britain First)'는 열린 경제 관계에도 장애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전통적 고립주의로 회귀하여 경제-군사적으로 타자를 배제하는 자세가 되면 지역 경제 관계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군 감축과 철군은 일본의 안전 보장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일본의 정치 외교 전략은 향후 미국과 영국 관계, 그리고 영국과 EU관계를 주시하면서 재검토를 해야만 한다. 영국은 스스로 쇠퇴를 향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버린 것으로 보인다.

칼럼 출처: 日 '산케이신문' 2016년 6월27일자 인터넷 리뷰

번역/정리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