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좀더 국민들 앞에 다가서길 바란다. 여담이지만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고,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자주 보면 정 드는 수가 있다.
자연의 이치와 사람의 이치는 다르다. 자연의 이치는 循環(순환)이다. 봄은 가지만 또 온다. 보름이 있고 그믐이 있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된다. 그런데 인간의 이치는 일직선이다. 한번 지나가면 그것으로 끝이다. 되돌아 갈 수가 없다. 봄은 올해나 내년이나 다를 바 없겠지만 인간에게 있어서는 결코 같은 봄일 수가 없다. 따라서 천년의 生을 허락받은 사람이 있다 해도 오늘 할 일은 오늘 해야 한다.

사드 배치를 두고 성주 주민들이 보이는 반응이 초기에 '왜 우리 지역이냐?'는 데서 '성주든 어디든 사드 배치는 안 된다'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한다. 우려스러움을 넘어 경악할 일이다. 현명한 사람은 자신이 가는 길에서 기다리고 있을 吉凶禍福(길흉화복)을 예측하고 대비책을 쌓는다. 어리석은 사람은 늘 오늘과 같은 줄 알고 태평하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앞서 간 사람들이 남기고 간 興亡盛衰(흥망성쇠)의 역사에서 충분히 살펴볼 수가 있다.

오늘 아침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이 kbs라디오 홍지명 앵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에 관한 입장을 설명했다.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 반대를 黨論으로 내놓고 계속 이를 주장하고 있는 연장선에서의 설명이다. 김 의장의 설명 요지는 이렇다. 첫째,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中國의 반발로 對北 제재에 구멍이 뚫린다. 둘째, 수많은 미사일을 사드로 다 요격하기가 어렵고,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사드를 배치하는 것보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킬 체인(kill chain/선제타격식 방어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이 주장이 진실된 반대 이유인지는 의문이다. 어쨌든 되물어 보자. '수많은 미사일'을 막는데 'KAM'과 'kill chain'만으로는 불안하니 사드 배치로 보완하자는 것 아닌가? 이는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책 아닌가? 박 대통령이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전승절에 참여까지 하며 북핵제거 협조를 구해봤지만 별무소용임을 확인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고 이중삼중의 핵미사일 방어체계를 세우자고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아무 때나 배치하는 게 아니다. 적의 동태에 따른 동맹국과의 협조가 필요한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바른 결정을 했고 순서도 잘 지켰다고 본다. 다만 무언가 답답하다. 박 대통령도 답답하고 야당이나 언론을 포함한 국민들도 답답하다. 흔히들 박 대통령의 부족한 점으로 '소통부재'를 드는데 여기서 나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자신의 충정을 알아주지 않는 데 대해 답답해 하는 듯하고, 국민들은 박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해 답답하다. 분명 옳은 일을 하는 데도 국민들이 제대로 납득을 하지 못하는 데는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예전에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은 국가적 重大事를 결정할 때는 사전 설명과 보안상 불가피한 경우 사후 설명이 있었고, 전국을 돌며 산업시설 시공식이나 준공식, 또는 중요 행사에 참석하면서 수시로 대통령의 생각을 밝힘으로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한 일이 별로 없었던 듯하다. 維新헌법의 경우 재신임 투표까지 하여 정당성을 확보했다. 지금은 이런 방식이 어렵다면 기자들 앞에라도 좀더 자주 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춘추관에는 대변인만 내 보낼 게 아니라 국가 중대사의 결정이나 국민들의 생각을 바로 잡아줄 필요가 있다는 사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설명에 나서는 게 소통에 도움이 될 것이다. 行動으로만 보일 수 있는 소통은 한계가 있다.

오늘 아칩 밥을 거르면 다시는 찾아 먹을 수가 없다. 밥 한 끼쯤은 걸러도 되겠지만 폭풍우가 몰려 오는데 제때 대처를 하지 않았다가는 모든 것이 쓸려 갈 수가 있다. 특히 적이 온갖 공격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적절한 대비책을 미루다가는 언제 당할지 모른다. 적은 언제나 아군의 허점을 노리고 기습을 한다. 이를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것도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이 다르다. 시기를 놓치면 大事를 그르칠 수도 있다. 좀더 국민들 앞에 다가서길 바란다. 여담이지만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고,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자주 보면 정 드는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