亂世(난세)를 일으키는 것은 모사꾼들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모사꾼들이 득시글거리는 난세 직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같이 눈을 뜨고 귀를 열고 있어도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이 다르다. 北을 두고도 그렇고 사드 배치를 두고도 그렇다. 같은 나라에서 같이 살지만 어느 것 하나 같이 보이고 같이 들리는 게 없다.

전직 장관이 사드 배치 결정을 '美 동북아 전략 함정', '中 군사활동 감시 가능', '對北用 주장은 기만' 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것도 中國 國營 매체인 '신화사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이제 끝을 보자는 뜻으로 느껴진다. 이에 앞서 국내 일부 인사들이 역시 중국 국영 매체인 '인민일보'에 칼럼을 기고하여 우리의 입장이 衆口難防(중구난방)임을 광고하더니 드디어 전직 장관이 나서 클로징 멘트를 날린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생각이 달라도 그렇지. 이건 민주도 뭐도 아닌 自害(자해)와 放縱(방종)이다. 우리가 北核에 대한 자구책으로 설치하고자 하는 사드 배치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어떻게 다른 데도 아닌 北韓 後見國(후견국)인 중국의 국영 매체를 통해 說들을 푸나? 이것을 다양한 목소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혹 김정은을 향한 줄을 선 충성맹세로 느껴지지는 않는지?

얼마 전 국회에서는 "헌법 제1조 ①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역설한 이가 있었다. 이 헌법 조항은 터진 입이라고 아무데서나 함부로 놀리라고 만들어 놓은 게 아니다. 물은 자정능력을 잃으면 혼탁해져 생명이 깃들 수가 없고, 인간 사회에서 자정능력이 제 기능을 못하면 무슨 재앙을 불러 들일지 모른다. 한 국가의 자정력이란 法집행과 與論(여론)에 의한 걸러내기다. 그런데 법도 여론도 저런 자해 방종을 제어하지 못하는 나라라면 갈 데까지 간 것이다.

亂世(난세)에 英雄(영웅) 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난세를 일으키는 것은 영웅이 아니라 모사꾼들이다. 이 모사꾼들을 제어하지 못하면 난세가 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모사꾼들이 득시글거리는 난세 직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이미 난세에 들어섰을 수도 있다. 제발 이 시간 어디선가 영웅이 대기하고 있기를 바란다. 배신자가 존중받는 사회는 더 이상 존속할 가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