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회부 최재훈 기자는 21일자 A2면 ‘기자수첩’에서 “MBC, 언론인가 흥신소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최 기자가 MBC 뉴스에 대해 불만을 밝히면서 공영방송 MBC를 ‘흥신소’에 비유한다면 “‘조선일보’는 언론인가, 아니면 가짜 기사나 만들어 내는 찌라시 수준의 신문인가?”의 질문을 받을 만하다.

최 기자는 기명(記名)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조선일보를 옹호하며 MBC를 폄하했다. 지난해 8월16일자 MBC 뉴스데스크가 “이석수 감찰관이 특정 언론사에 감찰진행상황을 누설해 온 정황을 담은 SNS가 입수됐다”고 보도한 데 대해 트집을 잡으며 ‘이 같은 MBC 보도는 언론의 상식과 거리가 멀었다’고 지적했다.

“MBC가 입수했다는 카카오톡은 우 전 수석 관련 의혹을 처음 보도한 조선일보 기자와 이 전 감찰관이 통화한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정권의 눈엣가시 같은 두 사람의 통화를 콕 집어낸 것이다. 이런 내용은 도·감청 같은 불법적 방법이 아니고선 구할 수 없다. 본지는 그간 MBC 측에 ‘SNS 내용’ 입수 경위를 밝힐 것을 요구했지만 지금껏 묵묵부답이다.
그랬던 MBC가 최근 ‘고영태 파일’ 관련 뉴스를 집중 보도하면서 ‘특정 언론사 기자가 (고씨 등의) 증거인멸을 지시하는 등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 (중략) 그런 MBC가 다른 언론의 국정 농단 취재 과정의 뒤를 캐며 범법 행위인 양 몰아가고 있다. 그래서 MBC는 언론이라기보다 흥신소에 가깝다는 말까지 나오는 서글픈 현실이다.”

최재훈 기자는 기자로서의 기본이 안 되어있다. MBC가 이석수 감찰관과 조선일보 기자와의 통화내용이 담긴 SNS의 내용을 폭로한 것은 조선일보 기자가 잘못됐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 아니라 이석수 감찰관의 잘못을 지적한 것이다. 이석수는 권력의 심장부인 대통령비서실 감찰관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국가기밀을 다루는 고위 공직자가 특정 신문사 기자와 공적 기밀사항을 SNS를 통해 주고 받았다면 이석수 감찰관은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다. 그런 자가 어떻게 감찰업무를 취급하는 자리에 있을 수 있는가? 모든 국가기밀이 특정기자에게 다 흘러 나간다면 그것은 간첩과도 내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MBC가 최 기자의 주장대로 도·감청을 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수사 의뢰하거나 고발조치하여 입수과정을 밝혀내면 되는 것이다. 취재기자가 취재원을 스스로 밝힌다는 것은 언론윤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또 MBC가 고영태의 녹음파일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은 고영태가 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인물이고 최순실을 배후조종하면서 ‘K스포츠 재단’을 낚아채기 위해 음모를 꾸민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고영태의 언행이 그만큼 엄중하고 중요한 물증이기 때문이다.

특히 ‘TV조선’ 이진동 부장은 고영태와 공모·작당하여 ‘최순실 의상실’에 CCTV를 불법 설치하여 도촬(盜撮)하고 그 과정을 관리 지휘하며 범죄를 저지른 자이다. 이 같은 행위는 현행법위반일 뿐만 아니라 언론윤리에도 크게 어긋난 것이다.

최재훈 기자에게 묻는다. 최순실이 국정농단의 주역이라고 하자.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적극가담하며 사익(私益)을 챙기기 위해 각종 음모를 획책한 고영태의 농간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인가? 이진동 부장의 공모혐의 또한 엄중한 범법행위가 아닌가? 그 실체는 이미 고영태 녹취파일에서 모두 밝혀진 것 아닌가? MBC가 고위 공직자의 탈선행위를 고발한 것은 문제이고 조선일보가 고영태의 녹취파일 내용을 묵살하거나 축소보도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인가?

TV조선 간부가 고영태와 공모·작당한 중대범죄행위는 왜 조선일보가 보도하지 않는가? TV조선이 왜 보도하지 않는가? 기자가 강도나 도둑질을 해도 된단 말인가? 이러고도 MBC를 흥신소 운운하며 비난할 수 있는가? MBC 기자들이 최재훈 기자보다는 훨씬 더 기자정신이 투철하다고 보지 않는가? 부끄럽지 않은가? 조선일보가 찌라시 같은 신문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최 기자 같은 얼빵한 기자가 없어야 한다. 기사의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자의 총명함과 기자정신이 살아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