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통령 선거판은 참으로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호남 귀염둥이'를 뽑는 선거로 전락하고 말았다. 여야 후보를 막론하고 호남에서만 이기면 모두가 대통령이 되는 것처럼 호남 집중론이 판을 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심하다. 호남 아닌 다른 지역 국민들은 흑싸리 쭉지란 말인가? 호남 표만 표이고 다른 지역 국민의 표는 표도 아니란 말인가? 호남 지역을 앞세운 지역감정 악용 선거운동은 도를 넘고 있다.

호남이 홀대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심공세를 퍼붓는 추한 모습이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호남이 역대 정권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홀대를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부산은 노무현과 김영삼 두 분의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신공항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 대구는 경제가 살아나고 있고 강원도는 발전했는가? 냉정하게 따져보자. 호남은 경상도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 호남에 대해 섭섭하지 않게 배려해 줬고 호남 출신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는 그들 마음대로 호남 고속철도 복선화와 무안국제공항 건설, 다도해 연육교 건설, 나로도 우주센터 건설, 아시아 문화전당 등 지역개발이 다른 지역보다 앞섰지 않았는가?

호남 아닌 다른 지역 주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 더불어민주당 호남 경선에서 1위를 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 당선 후 9일째의 일정을 이렇게 밝혔다. “정권교체 9일 뒤 5·18 민주항쟁 기념식에 대통령 자격으로 참석하겠다. 동지들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목청껏 부르겠다”는 감성적인 연설을 했다. 문재인은 호남에서의 승리가 곧 전국 승리인 것처럼 도취돼 있는 듯하다. 대통령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생각에 흥분돼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문재인의 생각은 자유이고 국민의 선택도 자유이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동지’나 찾고 ‘임을 위한 행진곡’이나 목청껏 노래 부르는 어느 한 쪽만을 편드는 외눈박이가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해 헌신 봉사해야 하며 나라와 국민의 중심에 서야 하는 막중한 자리이다. 좌·우로 갈라지고 동서로 갈라진 오늘의 이 위중한 현실 앞에서 문재인의 생각이 과연 옳은 것이며 바람직한 것인가? 삼분사열로 갈기갈기 찢어진 분파주의의 앞장에 서겠다는 것인가? 참으로 불안한 마음 가눌 길 없어 보인다.

대통령 선거는 ‘호남 귀염둥이’를 뽑는 게 아니란 점을 잠룡들은 명심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