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의 수첩 메모가 文 후보 측 주장처럼,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편견에 기반한 개인적 메모에 불과하다면, 안종범의 수첩 메모 또한 그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송민순 前 외교부 장관이 폭로한 수첩 메모가 大選 판국의 뇌관으로 떠올라 진위(眞僞) 공방이 뜨겁다.

송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을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후보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해왔다.

송 전 장관은 그동안 숨겨 놓았던 결정적 자료인 '자필 수첩 메모'와 북한이 우리 정부에 통보한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대한 북한의 입장 의견 제시 내용' 자료를 전격 공개했다. 특히 송 전 장관의 자필 메모에는, <묻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文 실장(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문재인)이 물어보자고 해서>라고 적혀 있었다.

이 같은 물증(物證)이 공개되자 문재인 후보 측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개인적 상상과 감상, 그리고 편견에 기반한 개인적 메모에 불과하다"(조선일보 4,22일자A3면)고 입장을 밝혔다. 文 후보 측은 송 전 장관을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고소하겠다고도 했다. 송 전 장관의 주장을 둘러싸고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는, 조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수첩 메모인 "안종범의 수첩 메모"도 관심의 대상이다. 송민순과 안종범의 수첩 메모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현직 대통령의 업무지시를 받아 적었다는 것과 장·차관급 고위 정무직으로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필했다는 점이다.

다만, 송민순의 수첩 메모는 10년 전의 것이고, 안종범의 것은 비교적 최근의 것이다. 특히 안종범 前 수석은 최근 재판에서 "수첩 메모 내용에 대해 잘 기억나지 않는다. 특히 보좌관이 특검에 제출한 수첩 메모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언론에 의해 보도됐다. 안종범 수첩 메모 내용은, 검찰과 특검이 박근혜 前 대통령을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共犯)으로 엮는 데 결정적 증거자료로 활용되었다.

송민순의 수첩 메모가 文 후보 측의 주장대로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개인적 상상과 감상, 그리고 편견에 기반한 개인적 메모에 불과하다면, 안종범의 수첩 메모 또한 그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안종범의 수첩 메모를 '박근혜 共犯 엮기'와 탄핵의 핵심자료로 활용한 검찰과 특검, 헌재(憲裁)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