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근대문학의 대표 아쿠타가와를 전공한 필자는 작품 『사종문(邪宗門)』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아쿠타가와가 『사종문』에서 ‘일본해’로 칭하지 않고 ‘동해’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일본 니가타 대학의 연구생으로 간 것은 1991년 가을이었다. 마카베 고로(眞壁伍郞)교수의 초대로 知人과 그의 서재에 걸려있는 니가타 시민헌장을 읽고 참신한 감동을 느꼈다. 일본의 시민헌장은 歐美의 헌장 개념을 모태로 하여 독자적인 형식으로 내용이 간결하며 상징적이고 문학적이다. 형식은 고장의 자연환경, 지리, 역사. 자부심을 정리한 전문(前文)과 시운영이나 생활의 목표가 본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는 형식을 초월한 유니크한 것도 있다. 니가타 시민헌장은 1989년에 제정되었다.
한국어 번역을 권유받았을 때 동해를 일본해로 지칭한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다음은 1992년 7월 21일 니가타일보에 실린 한국어 번역의 시민헌장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니가타

시나노강, 아가노강의 풍요로운 물줄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곳, 이곳이 우리의 고장 니가타입니다. 일본해 (동해)로 지는 저녁노을이 아름답습니다. 바다 건너 여러 나라를 향해 열린 이 항구도시는 시냇가의 나무처럼 나날이 자라 번영해 왔습니다.
사람들은 옛날부터 서로 힘을 모아 끈기 있게, 이 자유로운 도시를 일구어 왔습니다.
자, 우리도 이제 힘찬 한 걸음을 내딛어 봅시다.
우리가 바라는 니가타를 향해서!

풍부한 해산물과 논밭의 곡식.
니가타는 자연을 가꾸며 지켜온 도시.

일하는 기쁨, 휴식의 평안함.
니가타는 활기차면서 차분한 도시.

건실한 생활은 우리 모두의 바람.
니가타는 모두가 잘살기 위해 서로 돕는 도시.

가꾸고 다듬는 마음으로 생명을 키우며.
니가타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겨 육성하는 도시.

바다 건너 저편은 벗이 될 나라들.
우리들은 세계평화의 가교가 되리.

니가타 시청의 국장과 절충하여 일본해(동해)로 번역한 이후 필자는 동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일본 근대문학의 대표 아쿠타가와를 전공한 필자는 작품 『사종문(邪宗門)』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아쿠타가와가 『사종문』에서 ‘일본해’로 칭하지 않고 ‘동해’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그 문장이다.

<한때는 수재로 이름을 날린 스가하라 마사히라라는 분도 이 아가씨에게 사랑을 품었는데,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은 恨 때문에 갑자기 세상을 버리고, 지금도 쓰쿠시(筑紫;규슈의 옛 이름) 끝에서 유랑하고 계신다는 둥, 혹은 동해 파도를 타고 중국으로 건너갔다는 둥, 전혀 행방을 모른다고 하십니다.>

『사종문』은 아쿠타가와의 미완의 작품이다. 1918년 10월부터 오사카 마이니치(每日)신문에 연재되었다. 1918년은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기 전 해이다. 작자는 무의식중에 그 당시 사용하던 언어인 ‘동해’라고 쓰지 않았을까라고 추정할 뿐이다.

이는 일본에서의 아쿠타가와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중대한 발견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기념하여 1935년 창설한 「아쿠타가와상(芥川賞)」은 순수 문학상이자 일본 최고의 문단 등용문이다. 그는 다이쇼기(大正期)의 작가 중 시대의 불안을 가장 명확하게 인식한 지식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