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머리 속에는 사실 좌우익 이념이란 게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고려대 상대 학생회장을 지내면서 박정희 정권의 한일회담을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한 사람 중에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박정희는 시위를 하더라도 빨갱이 사상에 물들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관대한 편이었다. 그 덕에 이명박은 도리어 박정희의 보호(?) 아래 현대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훗날 철저한 개인주의자로 대통령 한번 해보겠다고 한나라당에 기생(寄生)했지 정통 보수 우익이 아닌 것으로 필자는 보고 있다. 나는 그의 등장을 항상 '새치기'라고 주장해왔었는데 입찰에 강한 그는 2007년 대선에서 박근혜를 밀어내고 말 그대로 새치기에 성공한 것이다. 보수우익 비극의 서막은 김영삼 집권에 있고, 이후 이명박 정권 출범으로 성숙되어 박근혜가 클로징을 때린 것이다.

이명박은 사상이 투철하지 못하니 좌익의 발호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자신의 과거 반정부 투쟁 경력을 은근히 부각하며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따라 불렀다고 하면 좌익들도 온건하게 대해 줄 것으로 여겼을 것이다. 거기다 노무현 죽음이 겹치자 아예 외면해버렸다.

노무현이 이명박 때문에 죽었다는 주장도 억지에 불과하다. 노무현은 조용히 퇴임했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괜히 청와대 전자업무 시스템 '이지원'을 봉하 사저로 끌고 가려다 마찰을 빚었다. 새 정부가 안 된다고 하면 그냥 포기하면 될 일을 끝까지 가져가려 하다가 힘겨루기 양상으로까지 비화되어 이런저런 문제들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명박이 특별히 그를 손봐야겠다고 벼를 인물은 아니었던 것이다.

어쨌든 이명박은 자신이 무사히 임기를 끝내고 또 국민들에게 각인시킬 업적 하나를 남겨놓기 위해 4대 강 사업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이것이 좌익들에게는 좋은 공격거리가 되어 이후 박근혜 정권에서까지 골치를 썩였다. 4대 강 사업이 꼭 필요한 사업이긴 하지만 이명박이 자신의 업적으로 연결시켜 단숨에 해치우려다 무리가 따른 것이다. 과거 포항제철 건설, 경부고속도로 건설, 마산 수출 자유지역 조성, 인천공항 건설, 고속철 건설 등 굵직한 국가 사업이나 정책에 좌익들이 반대하지 않은 경우가 없었다. 심지어 '88올림픽' 유치도 반대한 자들이 바로 스스로 진보라 일컫는 한국 좌익들이다.

이명박은 이러한 정치판 이전투구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이었다. 좋게 말하면 중도실용주의요 안 좋게 말한다면 기회주의 또는 개인주의적 인성에 따른 것으로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어차피 패를 갈라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하는 민족성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확실하게 한쪽에 서서 전투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상대로부터는 만만하게 보이고 자기편에게서도 불신을 사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재오 같은 회색분자들이 끼어 상대적으로 정통 보수우파라 할 수 있는 박근혜 세력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었던 것이다.

결국 다 망한 것이다. '보수우익은 분열로 망한다'는 속설을 실증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것이다. 망한 지금도 서로가 분이 덜 풀린 듯 정신 못 차리고 싸우고 있다. 지지자들까지 덩달아 나뉘어 죽기 살기로 싸운다. 지난 번 교육감을 좌익들에게 몰아준 것도 우익의 이런 분열 때문이었다. 교육계를 저들에게 점령당해 우익 패망을 재촉한 뼈아픈 기억을 잊은 것이다. '폐족'이 되살아나 도리어 우익을 폐족시키고 있는 이 상황은 우익이 만든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이명박도 박근혜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그들을 찍었던 것이고 기왕에 찍었으니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바라며 나름대로 좌익들과 싸우는 인터넷 전사로서 활동도 해왔다. 그러나 박근혜는 이미 감옥에 들어가 있고 이명박마저 같은 운명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지금 패닉 상태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둘 다 감옥에서 뼈아픈 후회나 하라고 소리 지르고 나면 좀 후련할 듯싶다.

기왕에 이렇게 된 바에는 둘 다 속죄의 길을 찾기를 바란다. 한 몸 살아나기 위해 버둥거려봐야 지지자들 다 떠나고 몰골만 추해질 것이다. 이명박은 꾀로 대통령이 되었고 박근혜는 박정희 유산으로 대통령 되었다. 이제 그 꾀도 유산도 다 한 것이다. 보수우익이 아니라 대한민국 재건을 위해 밀알이라도 되길 바란다. 대한민국에 이제 보수 진보 따위는 없다. 대한민국 파냐 反대한민국 파냐만 남았다. 대한민국이 지금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좌익들의 망동을 본 젊은이들이 조금씩 '이건 아니다'라는 각성을 하게 되는 듯하다. 문재인의 조급증에서 소위 '좌익의 자충수'가 나타나고 있으니 우익들이 바짝 긴장해야 할 것이다. 저들의 자충수를 즐길 수만은 없는 것이 저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더 큰 낭패가 올 수도 있다. 전작권 전환은 곧 한미동맹 파기다. 문재인은 지금 이를 서두르고 있는 듯하다. 이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