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기 前 방송문화이사장(MBC재단)이 갑자기 사퇴를 선언하면서 내놓은 ‘입장문’이 파문을 일으켰다.

이완기는 “제가 방송문화이사장뿐 아니라 이사(理事)로서 2년 반 넘게 생활하면서 느꼈지만 ‘방문진’은 너무 진영화 돼있다”고 지적했다. “방문진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호선하게 돼 있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을 앞세워 청와대가 낙점하고 있다”고도 폭로했다. 이런 “오염된 현실을 방치하는 한 방송의 독립과 개혁은 기대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완기의 이 같은 폭로와 지적은 2017년 8월 취임 100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어도 문재인 정부는 언론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이완기의 이 같은 입장발표는 그의 경력에 비추어 볼 때 토사구팽(兎死狗烹)의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 토사구팽은 “토끼를 다 잡은 개는 삶아 먹는다”는 뜻으로, 배신행위를 비유해서 말하는 교훈이다. 이완기는 H대학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MBC에 입사하여 MBC노조위원장,언노련부위원장, 기술본부장, 울산MBC 사장, 미디어오늘 사장,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 등을 거쳐 MBC재단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가 됐다.

이호성 방송통신위원장의 주도로 고영주 이사장을 강제 퇴진시키고 ‘연장자가 이사장이 된다’는 관례에 따라 이완기가 이사장이 되었다. 야권 이사 2명도 유무형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사퇴, 이완기보다 연장자인 김 모 이사와 지 모 이사가 새로 선임됐으나 이완기는 이사장 자리에 버티고 있다가 이번에 힘에 밀려 물러났다. 이완기의 입장문을 볼 때 스스로 물러난 것 같지는 않고 이사 자리를 유지하는 선에서 팽(烹)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완기의 경력으로 볼 때 이완기가 주장하는 “방송의 독립과 MBC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기보다는 “MBC의 노영화(勞營化)와 편향방송을 위해 노력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이완기 이사, 토사구팽당해 보니까 기분이 어떤가? 인간지사(人間之事)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가 바로 자네 같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말인 듯 하네. “언론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도 믿는 국민이 없네. 세상 일이 다 그런 것이니 너무 섭섭해 하지 말게나, 이 사람아. 해 먹을 만큼 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