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윤석열이 공신록(功臣錄)에 오르지는 못할망정 ‘뒷조사’라니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귀하가 요즘 심기가 불편한 것 같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걱정스러워 몇 자 편지를 씁니다. 요즘 신문을 보니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에 대한 우려할 만한 기사들이 크게 보도됐습디다. 몇 가지 신문기사 제목을 열거해 보지요.

“배우자 非상장주 20억 투자논란… 괴로운 윤석열”(3월31일, 조선일보)
“법무부, 검찰 ‘패싱’하며 윤석열 뒷조사”(3월30일, 조선닷컴)
“윤석열 부인 비상장주식 20억 계약, 남편 검사장 되자 해지”(3월30일, 중앙일보)
“윤석열 부인 비상장주식 미래에셋보다 20% 싸게 계약했다”(4월2일, 중알일보)

윤석열 검사장, 귀하에게 이런 소식이 전해지는데도 괞찮습니까? 이런 보도를 보면서 혹시 윤 석열도 팽(烹)되는 것 아닌가 하고 아주 불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석열 검사에 대한 신상명세는 ‘위키백과’를 비롯 ‘시사저널’ 등에서 소상하게 소개해 놓았습디다. 생애, 경력, 학력, 주요 담당사건 등에 대해 논문을 쓰듯 각주를 달아가며 기록으로 남겨 놓았더군요. 윤 검사에 대한 자료는 넘치고 넘쳤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눈길을 끌게 한 것은 윤 검사에 대한 인물평이었습니다. 윤 검사가 2017년 5월19일 대전고검 검사에서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으로 임명되자 언론은 “칼잡이의 귀환”이라고 보도했더군요. 특히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치열하고 해박한 법률이론가이자 자기 헌신적 용기를 가진 예리한 칼잡이”라고 호평을 했습디다. 칼잡이라 하니 일본의 ‘사무라이(武士)’란 단어가 떠오르네요.

몇 가지 더 살펴보니 윤 검사의 인생역정과 가족사도 궁금한 것이 없을 만큼 잘 정리돼 있더군요. 9수(修)로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사법연수원 23기를 거쳐 검사에 임용됐으며 변호사, 다시 검사로 돌아왔더군요. 대학의 동기들에 비해 늦게 사시에 합격한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흔적도 보입디다. 그래서 대검중수부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을 거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딸 정연 씨의 미국 고급아파트 매입의혹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다루며 칼잡이의 솜씨를 익혔더군요. 특히 2013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국정원 댓글사건수사에 검찰 상부의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도 했지요, 그 후 하방(遐方)하여 4년여를 와신상담한 끝에 정권이 바뀌자 혜성처럼 두 계단 껑충 뛰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칼잡이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지요.

윤석열 검사장, 호사다마라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요. 만혼(晩婚)한 아내와 처갓집문제로 구설수에 오르는 기분 나쁜 일도 있었지요. 이번에 법무부가 검찰을 패싱하고 윤 검사에 대한 내사(內査)를 했다는 보도도 처갓집 문제라고 법무부가 해명했지요? 윤 검사가 진짜 칼잡이 솜씨를 보인 것은 바로 박영수 특검 아닙니까? 박영수 수사팀장이 되어 박근혜 대통령을 구속시키는 등 장·차관 11명을 비롯하여 물경 33명을 구속시켜 도합 87년의 징역형이라는 놀라울만한 전과(戰果)를 올리기도 했지요. 그때는 정말 살기등등했고 의기양양했으며 서슬 퍼런 검사로 보였지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두 단계를 뛰어 혜성처럼 나타나 전·현직 검사장을 구속시키고 선후배 동료검사들도 무자비하게 쇠고랑을 채우는 용감무쌍함도 보였지요? 드디어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구속시키며 멸문(滅門)에 가까운 수사로 압박하고 있는 중이지요. 그래서 윤석열에게 걸리면 “국물도 없다” “살아남기 어렵다”고들 하지요. 윤석열의 수사기법은 너무 거칠다는 평도 받지만 검사가 한번 칼을 뽑으면 그렇게 하는 것도 쾌감을 느낄 만도 하겠지요?

때로는 난처한 일도 있었지요? 국회법사위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최순실의 태블릿PC라고 우겨대던 특검의 주장에 대한 김진태 의원의 날카로운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쩔쩔 매는 모습은 윤석열 검사답지 않은 수모였지요? 모르면서 수사를 했다는 공격도 받았지요? 윤석열 검사, 이게 무슨 청천벽력입니까?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윤석열이 공신록(功臣錄)에 오르지는 못할망정 ‘뒷조사’라니요? 어째서 이런 흉흉하고 끔직스러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까?

청와대, 법무부, 행안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 직전 윤 검사장에 대한 내사(內査)를 했다니 이 무슨 변고입니까? 뉴스가 터지자 법무부는 “부인, 처가 금전거래 등 정보 수집해 검증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감히 그 누가 윤석열을 내사하고 검증한단 말입니까? 검증을 받아야만 할 말 못할 비리라도 있었단 말입니까? ‘이러다가 혹시 적폐청산 다했으니 팽(烹) 당하는 것 아닌가?’하고 걱정하는 윤 검사의 팬들도 있습디다. 윤석열 검사, 처갓집은 멀리 있으면 있을수록 좋다는 얘기가 실감날 때도 있지요? 재산도 64억 원이나 신고를 했더군요?

윤 검사, 하나 물어 봅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채동욱 혼외자 사찰’을 수사한다고 보도됐던데 그게 무슨 말입니까? 채동욱 혼외자 정보를 국정원이 외부에 흘렸다고 보고 수사를 한단 말입니까? 채동욱 혼외자 정보가 어디서 유출됐든 그게 뭐 중요합니까? 채동욱의 혼외자 존재 여부를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닙니까? 혹시 채동욱이 윤 검사를 높이 평가해 준 데 대한 답례로 보는 여론은 잘못된 것입니까?

윤 검사장, 지금까지는 보수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전력투구했지만 이제부터는 검찰의 위신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것 아닙니까? 문무일 총장 혼자서 저렇게 당하고 있는데 윤석열도 힘을 좀 보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문무일이 검찰의 수사권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치니까 청와대가 나서서 문무일을 반박 비판하고 경찰이 검찰을 비웃고 있지 않습니까?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데 윤 검사장 당신은 불구경만 하고 있을 겁니까? 원 모라는 기자는 윤석열 검사에 대해 인물탐구에서 “소영웅주의자인가? 검찰의 자존심인가?”라고 적었습디다.

어제까지는 죽은 권력 청소에 칼잡이의 칼을 휘둘렀지만 이제는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해 칼을 한 번 또 빼야지요? 진검승부를 해야지요? 그게 사나이의 길 아닙니까? 윤석열이 내사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검찰 내부에서 ‘적폐수사 끝나니까 수사권 반발 막으려고 윤 검사장 내사했다’며 격앙했다는 검찰동료들의 의리(義理)가 고맙지 않습니까? 그래야 윤석열이 의리 있다며 칭찬도 받을 것 아닙니까?

윤석열 검사장, 인과응보(因果應報)란 말이 있지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공자의 말씀도 있지요? 총명하고 씩씩하고 의기양양한 그대가 그걸 모를 리 있겠습니까? 윤 검사, 권세와 공명도 지나고 나면 허망한 꿈이었단 사실을 알게 되겠지요? 세도는 천년만년 가는 것이 아니요 달도 차면 기우는 법입니다. 윤 검사, 글이 길어 졌습니다. 꽃 피고 새 우는 춘삼월 호시절에 윤석열 검사의 건안(健安)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