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말하면 각종 조미료에 맛들여진 우리들 입맛으로는 평양냉면이 그렇게 맛이 썩 좋지는 않았다. 곰불고기는 육질이 너무 질겨서 씹을 수가 없었다.. 김정은이 가져 왔다고 자랑한 평양냉면이 갑자기 화제다. 28일자 동아일보는 '판문점선 평양냉면 배달작전' '서울 평양냉면집은 장사진"이란 제목의 사진화보를 실었다. 김정은의 평양냉면 선전효과가 매스컴을 탄 것이다.

실제로 평양에 가서 평양냉면을 먹어 본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동란 이후 실향민들이 피란와서 만들어 팔거나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서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 여름식품으로 인기를 끌었고 요즘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찾는 사람이 많다. 특히 27일 김정은이 문 대통령에게 평양냉면을 자랑하면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만찬장에서는 냉면뽑는 장비가 말썽을 부려서 제대로 제공되지 못했다는 소식도 들려 온다.

북한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북한사람들은 냉면과 단고기(개고기)를 권하고 특수한 사람들에게는 곰불고기도 소개하거나 대접하기도 한다. 필자가 수년 전 평양 옥류관에서 맛본 평양냉면은 이랬다. 평양냉면 1인분은 200그램이다. 추가는 100그램이다. 우리처럼 '사리'라 하지 않고 무게로 판다.

식당 복무원들은 "냉면 맛이 어떠냐?"고 자주 묻는다. 초대받아 가서 냉면 대접을 받는 입장에서는 "맛있다"고 대답하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아 대답은 대부분 "맛있습니다"이다. 그러면 복무원들은 좋아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각종 조미료에 맛들여진 우리들 입맛으로는 평양냉면이 그렇게 맛이 썩 좋지는 않았다. 냉면은 면발과 육수가 생명인데 면발이 그렇게 쫄깃쫄깃하지 않고 무른 듯했고 육수 또한 감칠 맛이 좋지는 않았다. 육수의 원재료는 꿩고기라고 복무원은 설명했다. 특히 육수는 얼음에 잘 냉각된 것이어야 시원함을 느낄수 있는데 전력 부족으로 냉장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냉면의 시원한 느낌은 떨어 지게 마련이다.

단고기요리도 남쪽하고는 차이가 있었다. 탕(湯)과 편육, 갈비로 나뉘어져 있다. 단고기요리를 잘 하는 사람은 공훈배우급에 버금하는 칭호를 받기도 한다. 편육은 부드럽고 나름대로 맛을 냈다. 등뼈찜도 있고 갈비찜과 넙적다리찜, 내장볶음, 밥에 얹어먹는 단고기도 있다.

관심을 끈 것은 대동강 유람선상에서 먹은 곰불고기였다. 곰불고기 자체가 남쪽에서는 생소한 것이라 맛이 어떨까 궁금했지만 실망이 컸다. 육질이 너무 질겨서 씹을 수가 없었다. 치아(齒牙)가 여간 단단하지 않고선 제대로 씹을 수가 없었다. 동행한 한 성직자가 '환웅'과 '웅녀(熊女)' 설화를 들먹이며 "우리 할매 불고기 구워 먹는 불효"라고 해서 한바탕 웃기도 했다.

북한식당에 가서 주의할 것은 추가 요청이다. 특히 반찬과 디저트를 남쪽에서처럼 마구 요구하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북한에서는 배급제이고 식재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1인당 얼마씩 정량화(定量化)돼 있어서 갑자기 추가 요구를 하면 당장서비스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 손님들의 독촉에 복무원들은 "예, 부탁해 놓았습니다"만 반복하며 가져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