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의 본관(本貫)은 전주 김씨로 알려져 있다. 전주 김씨 시조(始祖)묘는 전북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에 있다. 김영삼 정부 때 김일성이 서울을 방문하면 시조묘소가 있는 전주를 찾을지도 모른다며 묘소 주변을 정비한다는 소문이 떠돈 적이 있다.
북한에서는 족보(族譜)를 그렇게 중요시 않는다. 김일성이 전주 김씨라는 것을 주장하는 사람보다 ‘백두혈통’을 강조한다. 이렇게 되면 김일성은 전주 김씨 혈통을 포기하고 스스로 ‘백두 김씨(白頭 金氏)’ 셀프 시조가 된 셈이다. 그러나 북한에 백두 김씨라는 성씨(姓氏)는 없다. 그렇다면 김일성은 사생아 시조나 다름없다.
필자가 평양을 방문하여 양각도 호텔 앞 9홀 짜리 퍼블릭CC에서 만난 캐디에게 “성씨가 뭐냐”고 물었더니 캐디가 “무슨 말입네까?”하고 되물었다. “김일성 수령이 전주 김씨인 줄 아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캐디 왈 “아아, 족속(族屬)말입네까?”하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자신의 혈통을 확인하는 족보보다는 오로지 김씨 왕조 백두혈통만 달달 외우면 되는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두혈통에도 혼혈아가 태어났으니 그가 바로 김정은이다. 알려진대로 김정일의 후처이자 김정은의 어미 고영희는 제주 출신 아버지의 딸로 재일교포 출신이다. 김정은은 백두 출신 순종과는 거리가 먼 혼혈아(混血兒)의 가계를 이어받고 있다. 김정은이 자신의 성씨를 전주 김씨로 하는지 백두 김씨로 하는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