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대통령은 3.1독립운동100주년 기념 경축사에서 ‘일본제국주의자들과 친일세력(일제경찰 출신)은 독립운동가들을 빨갱이로 몰아 폄하하고 핍박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강조했다. 특히 ‘빨갱이’란 단어를 다섯 번이나 들먹이며 친일(親日)하면 3대가 잘 먹고 살고 독립운동하면 가난을 대물림했다는 요지의 주장도 했다.

그래서 친일청산의 필요성을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은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억지주장이요, 역사 왜곡이기도 하다. 지저끼비만 남은 친일청산보다는 극일(克日)이 시급한 과제이다. 대통령의 경축사는 역사적 발언이며 그 기록은 영원히 보존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공식적인 발언은 정확해야 하고 사실에 근거한 정확성이 생명이다.

문대통령이 강조한 ‘빨갱이’란 단어의 뜻부터 알아보자. 한글학회가 펴낸 ‘큰사전’과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대국어사전’ 이희승의 ‘국어대사전’ ‘동아대국어사전’ 등에 따르면 “빨갱이는 공산주의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빨갱이’란 단어는 항일무장유격대를 지칭한 ‘파르티잔(Partisan)’에서 나온 ‘빨치산’에서 유래한다는 주장과 소련을 비롯한 중국 등 공산주의위성국가들의 국기(國旗)가 대부분 붉은 색갈이며 러시아혁명 때 그들이 붉은색완장을 차고 붉은 색을 그들의 상징적 색깔로 사용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 등 다양한 주장이 있다.

‘빨갱이’란 단어는 일제강점기보다는 세계2차대전이 끝나고 공산주의자들이 설쳐대던 시기에 많이 사용된 단어라는 주장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해방 이후 소련의 앞잡이 김성주 세력들이 한반도북쪽을 차지하고 난 뒤 한반도 남쪽, 그러니까 대한민국마저 적화(赤化)시키기 위해 공작하면서 그들과 함께 부화뇌동하는 반(反)대한민국 분자들을 ‘빨갱이’로 불렀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일본제국주의자들과 친일세력이 독립운동가들을 ‘빨갱이’로 낙인 찍기 위해 ‘빨갱이’로 불렀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수 많은 애국투사들은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나라사랑의 충성심으로 일관된 선열들이다. 일본제국주의자들은 일제강점기 식민통치에 반대하는 조선인들을 불온하고 불량한 인물로 지칭하여 ‘후테이센진(不逞鮮人, 불령선인)’이라 불렀다. 조선독립운동가를 ‘후테이센진’이라 지칭했지 ‘빨갱이’라 부르진 않았다. ‘빨갱이’는 대한민국을 전복시키고 한반도를 붉은 깃발로 물들이려는 자들이지 일제치하 독립운동을 한 애국지사와는 성격과 존재가치 자체가 다른 것이다. 독립투사들을 ‘빨갱이’와 동질시하려는 대통령의 역사적 시각은 역사왜곡이요 반역적 발상이다. 대통령 연설문을 작성하는 비서관의 역사인식이 위험천만하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의 민주경찰을 ‘칼찬순사(巡査)’에 비유하는 것과 독립투사를 ‘빨갱이’로 동일시하려는 역사인식은 역사무지(歷史無知)로부터 나온 것이 아닌가? 구시대적발상이요, 적폐도 이런 적폐가 아닐 수 없다. 하노이 미-북 회담에서 소외 당하고 미세먼지로 정신을 잃은 저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대궐주인의 정신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바란다.

이하 문재인 대통령의 제100주년 3·1절 기념사 중 ‘빨갱이’ 발언 부분 발췌.

<(상략) ‘친일잔재 청산’은, 친일은 반성해야 할 일이고, 독립운동은 예우 받아야 할 일이라는 가장 단순한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이 단순한 진실이 정의이고, 정의가 바로 서는 것이 공정한 나라의 시작입니다.

일제는 독립군을 ‘비적’으로, 독립운동가를 ‘사상범’으로 몰아 탄압했습니다.
여기서 ‘빨갱이’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사상범과 빨갱이는 진짜 공산주의자에게만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민족주의자에서 아나키스트까지 모든 독립운동가를 낙인찍는 말이었습니다.

좌우의 적대, 이념의 낙인은 일제가 민족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사용한 수단이었습니다.
해방 후에도 친일청산을 가로막는 도구가 됐습니다.
양민학살과 간첩조작, 학생들의 민주화운동에도 국민을 적으로 모는 낙인으로 사용됐습니다.
해방된 조국에서 일제경찰 출신이 독립운동가를 빨갱이로 몰아 고문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로 규정되어 희생되었고 가족과 유족들은 사회적 낙인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빨갱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고,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입니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