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기관의 묵인 아래 性 매매꾼들과 연예기획사와 손잡은 돈쟁이(錢主)들을 비롯한 범죄집단 등이 한통속이 되어 펼치는 불법 전시장이었다. 16일자 한국일보는 '버닝썬 스캔들' 파문을 보도하면서 "故 장자연, 김학의, 승리, 정준영 등의 섹스 스캔들은 대한민국의 치부(恥部)를 드러냈다."고 크게 보도했다.

"증거는 묵살당하고 칼자루 쥔 검·경(檢·警)은 부실수사 의심을 받으며 축소해 기소(起訴)하고 있다. 협박(脅迫)에 시달리고 살기 위해 해외로 도피하며 실시간 검색에 2차 가해(加害) 걱정하고 있다. 이 판국에 어려움 겪는 건 여성 피해자들이다. 가해자, 비호세력들은 수사를 넘고 있다. 이 참에 성(性) 상품화 구조를 수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닝썬 섹스 스캔들'의 실체가 이쯤 되면 Burning sun(타오르는 태양)이 아니라 Burning Seoul(불타오르는 서울의 음탕한 밤)이라 부르는게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섹스 천국이 돼 불량 연예인들을 앞세워서 클럽(club)마다 술과 돈과 마약과 성폭력과 불법이 활개치는 환락의 소굴(所窟)이 된다면 그건 '대한민국의 치부'라고 지적해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강남에만도 문제의 "버닝썬'뿐만이 아니라 청담동 두 곳의 'M'과 'A' 등 여러 곳에서 휘황찬란한 특수조명 아래 술과 '물뽕'에 취한 여인의 나신(裸身)을 제물(祭物)로 삼아 섹스 사육제(謝肉祭)를 즐기고 있다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닌가?

대개 이런 곳을 드나드는 탕아들은 주로 졸부들이거나 중국 등지에서 섹스파티를 즐기러 온 외국인들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업소들은 단속기관원의 비호 아래 불야성(不夜城)을 이룬다는 것이 언론의 보도다. 그럼 이런 무법천지가 수도 서울에서 어떻게 해서 공공연하게 연출되고 있을까 궁금하다. 수도 서울이 이 지경이 되도록 서울시와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단속기관의 묵인 아래 물 좋은 젊은 여성을 공급하는 성매매꾼들과 연예기획사와 손잡은 돈쟁이(錢主)들을 비롯한 폭력배들, 그리고 물뽕 등을 공급하는 범죄집단 등이 한통속이 되어 펼치는 불법 전시장이다.

연예기획사의 배후에는 방송사 예능담당 PD들의 협조도 한 몫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연예인을 배출하고 해당업소에 출연시켜 지명도를 높이려면 예능담당 PD들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은 처음에는 각 방송사별로 전속제(專屬制)로 소속돼 있었다. 연예인 노동조합이 발족되고 연예인들의 활동이 자유로와지자 연예인들의 출연 알선을 하거나 자체적으로 연예인들을 양성하는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탄생됐다.

방송사별 전속제가 조선시대 노비제도라고 비판받아온 악습이 대형 기획사 탄생으로 형태를 바꾸어 연예계의 새로운 문제로 대두됐다. 대형 연에기획사가 연에인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면서 연예인들은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했고 상품을 많이 판매하기 위해 대형 연예기획사들은 방송사 예능담당 PD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로비작업에 나섰다. 로비작업에는 성 접대도 있고 거액의 금품이 오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소속 기획사 연에인들을 인기 방송프로그램에 출연시켜야만 출연료 수입도 늘어나고 연에인 지망생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형 연예기획사와 PD들의 검은 거래가 시작된 것이다. 검은 거래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 언론의 지적이다. 인기연예인들의 출연료가 회당 2천만~3천만 원에 이르는 것도 검은 거래의 소산물이란 것이다. 연예인들은 방송사 전속제보다 더 혹독한 신분 속박에 시달리고 있다.

16일자 매일경제신문은 "우상화, 팬덤은 밀랍날개…버닝썬 추락은 필연이었다"며 버닝썬 게이트로 드러난 'K팝 아이돌의 그늘'을 소상하게 보도했다. "연예기획사는 아이돌 키우기 위해 작사, 작곡, 연기, 사업 등 다재다능한 만능 엔터테이너 이미지 부각하며 대중엔 긍정적 면모만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인성 갖춰지는 어린 나이부터 스파르타식 노래, 안무학습만 시키고 20대에는 부(富)와 명예 거머쥐며 스스로도 도취돼 도덕적 문제 불감증과 유혹에 무방비로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기획사는 문제 가수 흠집 덮기에 급급하고 방송은 시청률 위해 캐릭터만 강조하고 있다. 매체 이미지 맹신 않는 태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예기획사는 전지전능한 엔터테이너 양성에만 열을 올리고 도덕적 흠결은 세탁하는 폐단이 오늘의 버닝썬 스캔들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상으로 떠받들어진 사람은 자신이 하는 것은 뭐든 정당화 될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꼬집었다. 음악평론가 정병욱은 아이돌이라는 직업군 자체는 너무 어릴 적부터 스타의식을 가지게 된다며 도덕적 불감증을 가질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KBS가 2016년 성범죄 피의사실 혐의를 받아 온 정준영이 무혐의 처분되자 검증을 소홀히 하고 정준영의 방송 복귀길을 터준 '1박2일' 프로그램을 제작 중단하기로 했다는 보도는 시사하는 바 크다. 대한민국의 치부로 대두된 '버닝썬 스캔들'은 2015년 개봉된 영화 '베테랑(veteran)'의 판박이처럼 보인다. 류승완 감독, 황정민·유아인·오달수·유해진 출연의 이 영화는 1341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의 한 장면 가운데 이런 대사가 다시 떠오른다.

"죄 짓고는 살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