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의 혈통은 1927년 2월16일 조선총독부가 허가한 ‘경성방송국’이 출발점이다. 호출 부호 JODK였다. 도쿄방송(JOAK), 오사카방송(JOBK), 나고야방송(JOCK)에 이어 네 번째로 허가된 방송이 경성방송이다. 경성방송은 1932년 4월2일 조선방송협회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1935년 경성중앙방송으로 개명(改名)돼 1945년 8월15일까지 전파를 통한 ‘식민지배의 정보거점으로 소리의 탄환을 쏘아댔다’. 한마디로 조선총독부의 홍보 매체로 일본의 식민통치의 당위성을 나팔 불었고 조선 민중을 탄압하는 데 앞잡이 노릇을 해왔다.

해방 이후 군정(軍政)을 거쳐 대한민국 건국 이후에는 국영방송이 되었다가 오늘의 공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KBS)가 되었다. KBS의 역사는 치욕의 역사요, 굴욕의 굴레였다. 부끄럽고 창피한 오욕(汚辱)의 전파 매체가 KBS요, 권력의 하수인으로 맹활약(猛活躍)한 ‘소리의 탄환’이 오늘의 KBS다. 이러한 KBS가 최근 공영방송의 기본은 물론, 저널리즘의 본질을 짓밟은 언론만행(蠻行)을 저질렀다.

KBS는 마이클 브린 前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이 지난 6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세월호 기념물을 광화문광장에 세우는 계획’을 비판한 칼럼에 대해 시비를 걸고 나섰다. KBS 취재팀은 마이클 브린 기자에게 “조선일보가 써 달라고 해서 기고했느냐? 기고문의 원문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외국 기자가 민간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의 작성 경위와 내용까지 트집 잡고 나선 것은 조선총독부가 자행한 ‘언론검열’의 나쁜 유산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답습(踏襲)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언론자유가 보장된 민주사회에서 KBS가 같은 언론 매체에 저지른 행패는 권력의 하수인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KBS는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 여수시 법원에서 평판사로 근무하고 있는 박보영 전 대법관에게도 대법관 시절 판결한 사건의 ‘판결경위’에 대해 설명할 것을 강요했다. 심지어 사전 통보나 양해도 받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대며 촬영하기도 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 ‘사법협조’한 것 아니냐며 무례한 짓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사법권은 국민이 위임한 것이므로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박보영 판사를 겁박했다는 보도도 있다. KBS는 국민을 대변해서 질문하는 것이라고 변명했다. 과연 어느 국민이 이러한 횡포를 저질러도 좋다고 위임했는가? KBS의 이 같은 행태에 일선 판사들은 “‘판사는 판결로 말하라’고 했는데 어째서 KBS는 이런 언론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공영방송 KBS의 이런 언론 만행은 KBS의 ‘독자적 판단’인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검은손의 음습한 지령’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식민통치의 앞잡이 방송, KBS의 혈통은 전해 내려오는 소중한, 자랑스런 가보(家寶)인가? 식민통치의 앞잡이 방송, 오늘의 KBS 후손들은 부끄러운 줄 알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