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지역MBC에는 17명, 9개 지역 민간방송사에는 20명의 사외이사가 선임돼 있다.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들은 극소수다. 미디어경영학에서는 사회감시기능(社會監視機能)을 가진 미디어 매체를 감시견(監視犬)이라 부른다. 영어로는 WatchDog이라 한다. 방송신문학과 학생들이 입학하여 첫 시간에 배우는 단어가 ‘감시견’이요, ‘워치독’이다. 언론의 사회적 감시 기능이 그만큼 중요한 사명임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제고(提高)하고 방송경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지역MBC와 지역민간방송사에 ‘사외이사제’를 도입하도록 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해당 방송사에서는 2017년 3월부터 임기 2~3년으로 하여 ‘사외이사’를 선임 시행하고 있다. 상법상 ‘사외이사’는 등기이사로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종전에는 없던 ‘사외이사제’를 지역방송사로 하여금 시행, 선임하도록 하였는데도 이 같은 제도의 시행에 대해 학계(學界)와 언론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 방송사 사외이사제의 시행은 방송경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방송의 중립성과 편파보도의 해악(害惡)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본다.

그러나 지역방송의 사외이사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방송의 편파성과 저질성, 일방성과 왜곡, 황색보도 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역방송사의 사외이사제가 시행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자격 사외이사의 잘못된 선임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방송경영과 방송 현업에 대한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정치권력에 의한 낙하산 선임이나 방송사 대주주의 인맥을 이용한 인사선임, 그리고 권력 지향적인 시민단체 출신들의 정권창출에 대한 부역의 대가로 사외이사제가 악용됨으로써 사외이사제 본래의 취지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방송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거마비(車馬費)와 회의비, 급여 등도 받게 된다. 현재 15개 지역MBC에는 17명의 사외이사가 선임돼 있고 9개 지역민간방송사에는 20명의 사외이사가 선임돼 있다. 물론 선임절차와 형식은 방송사 자율 형식을 취하고 있다. 공기업의 임원선출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허다한 사례를 볼 때 공영방송의 사외이사 선임에도 보이지 않은 검은손의 작용이 개입됐을 개연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 있겠는가? 특히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 재허가권이란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는 한 이러한 우려를 배제하기 어렵다.

이들 3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특히 문재인 정부 하에서 선임된 사외이사는 지역MBC의 경우 16명과 지역민방 19명 등 35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MBC는 대구를 제외하고 1명씩 선임됐으나 지역민방은 각사별로 2명씩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현황은 다음과 같다.

*지역MBC
부산MBC: 이O수(모 대학 명예교수, 시민단체 출신. 노무현 정권 때 방송문화진흥회 여당추천 이사)
대구MBC: 이O형(모 대학교수). 기O준(대학재단이사)
광주MBC: 이O권(모 대학교수)
대전MBC: 송O암(전 모 학회 회장)
춘천MBC: 김O기(시민단체 회장). 김O순(전 방송인)
울산MBC: 황O구(전 방송인)
안동MBC: 이O선(모 대학 명예교수)
포항MBC: 김O홍(모 대학교수)
전주MBC: 박O영(전 기업인)
목포MBC: 전O식(의사)
원주MBC: 김O수(모 잡지사 편집장)
여수MBC: 정O선(모 대학교수)
MBC충북: 정O천(모 대학교수)
MBC강원영동: 반O섭(모 대학교총장)
제주MBC: 김O일(모대학 교수)
울산, 전주MBC는 2017년 3월에 선임. 부산, 대구, 광주MBC는 2018년 6월에 선임됐고 다른 11개 지역 MBC의 경우 2019년 3월에 선임됐다.

*지역민간방송
KNN(부산): 전O(전 공무원). 홍O식(변호사)
TBC(대구): 예O해(모 대학 명예교수). 최O해(모 대학교 총장). 이O택(경제단체 부회장)
광주방송: 전O영(변호사). 김O재(모 대학 명예교수)
대전방송: 박O규(회계법인 대표). 안O근(모 대학교수)
울산방송: 홍O명(전 시민단체 대표, 세무사).김O관(약사)
전주방송: 노O대(방송인). 신O일(시민단체 대표)
청주방송: 임O빈(전 은행임원). 김O중(변호사). 임O철(전 모 대학총장)
원주G1: 조O용(시민단체 이사). 정O대(전 공무원)
제주방송: 남O현(기업인). 현O보(전 방송인)

지역민간방송은 울산방송 김O관만이 2017년 3월 선임이고 나머지 사외이사들은 2018년 3월 이후 선임됐다.

위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방송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들은 극소수이다. 이런 사외이사들이 방송의 투명성이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제대로 역할을 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주주나 정치 권력의 눈치 보기나 노조 등의 압력에 굴복하여 거수기 노릇이나 하고 있을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특히 선임된 시기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유명무실한 옥상옥(屋上屋)의 방송사 사외이사제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에 하나, 정권창출에 부역한 자들에게 일자리나 만들어 주는 그런 사외이사제라면 방송의 투명성 확보나 방송의 독립성 확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짖지 않는 방송 감시견들은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을 것이다. 짖지 않는 감시견은 쓸모가 없으므로 그들이 가야 할 종착역은 도살장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