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김영철을 제일 증오하는 사람은 천안함 희생자, 연평도 포격 희생자의 유가족들일 것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평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김영철이 사흘간 밥도 안 먹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석고대죄했다고 한다.

"남조선에서는 나를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고 한다면서요?' 하고 뻔뻔스럽기 짝이 없던 김영철이 저렇게 애걸복걸 매달리는 이유가 뭘까? 회담 결렬이 김영철 때문은 아닐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김정은이 그만큼 악독하다는 증거다. 전임자들이 의문의 교통사고로, 혹은 공개적인 포살로 처형되었기 때문이다.

김영철의 본명은 김동수였다고 한다. 김영철이라는 이름은 대남 공작용 가명이었는데, 김일성이 '대적 투쟁' 잘한다고 불러서 격려하면서 김영철이라는 이름이 더 좋다고 해서 본명으로 바꿨다고 한다.

김정은이 3대 세습 정권을 잡은 뒤 아버지가 발탁한 군부 지도자를을 줄줄이 숙청하면서도 김영철은 중책을 맡겼다. 정찰총국장이던 김영철이 대평해전으로 사기가 떨어진 북한 해군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주도해 김정은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맞을 성싶다.

김정일의 사망으로 김정은이 권력 서열 1위가 된 뒤 김정각, 우동측, 이영호, 김영철 등이 핵심 측근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핵심 측근들의 결속력은 단단하지 않았다. 특히 김영철이 김정은과의 개인적인 연분을 방패삼아 방약무인한 행동을 했기 때문에 군의 원로인 김영춘 인민무력부장과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젊은 놈이 김정은에게만 달라붙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고 한다.

김정은 집권 이후 숙청된 군원로, 정치 원로들이 몇 명이나 되는가? 정적이 아니더라도 현장 지도를 나가 눈에 거슬리는 점이 보이면 직위 고하를 묻지 않고 살해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임짐왜란 전 일본 66개국을 통일한 히데요시가 반발을 두려워해서, 또 개인적인 질투심으로 악독하게 사람들을 많이 죽였다. 조선 파병 2개월 후 큐슈 오오스미의 영주가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했다. 그때 히데요시는 그 영주의 아내까지 잡아와 다른 영주들이 보는 앞에서 발가벗겨 나무기둥에 매달아 화형을 시켰다. 그 불쌍한 여인은 예수교 신도였는데 타죽으면서 몸부림도, 신음도 지르지 않았다고 한다.

히데요시가 한때 데리고 살았던 애첩이 결핵에 걸려 내보냈다. 죽은 줄 알았던 그 애첩이 몇 년 후에 완치가 되었다고 히데요시에게 인사하러 왔다. 그런데 이 눈치 없는 여인이 생명의 은인이라고 병을 낫게 해준 스님을 인사시키려고 데리고 왔다. 그 스님을 본 히데요시는 질투심을 이기지 못해 "두 연놈을 한길 가에 파묻어 머리만 내놓게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침뱉게 하라!"고 노발대발했다.

얼마 전 책 광고에 어머니를 죽인 네로 황제도 "나는 선량하다" 믿었다고 한다. 우리는 북한의 새파랗게 젊은 지도자 김정은이 덴카비도(天下人)보다 더한 권력을 쥐고 자기 맘에 안 드는 사람을 포살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