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西海를 黃海와 병기하자는 말은 못하나. 일본은 만만하고 중국은 겁나나. 동해(East sea)를 최근 트럼프가 일본해 (Sea of Japan) 라고 언급했다고 한국 신문에 기사가 나고 시끄러웠다. 이런 일에 소모적으로 언론들이 기사 쓰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30~40년 전에는 동해, 일본해 병기 문제로 신문기사가 나오지 않았다.

그냥 일본 너네들은 일본해라고 부르고, 한국 사람은 동해라고 부르면 그만이니깐. 1990년대 초까지는 실제로 한국과 일본이 그렇게 지냈다.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에 서로들 접해있는 바다들은 그 나라들마다 부르는 명칭이 다르다. 그리고 그렇다고 다른 나라 향해서 국제적인 영어 명칭을 병기하라고 싸우지도 않는다. 각자가 알아서 편한 대로 부르고 지낸다. 그런 일로 상대국에게 외교 마찰을 안 일으킨다.

30~40년 전에 한국인들은 서해를 황해라고 불렀다. 한국인이 서해나 황해를 사용하는 빈도는 그 당시 서로 비슷했던 것 같다. 이제는 서해를 황해라고 부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문제는 21세기 들어서이다. 한국 국력이 세지고 나니, 얼치기가 가문의 족보를 찾기 시작하는 것처럼, 국제적으로 동해를 일본해와 병기해야 한다고 한국은 큰 목소리로 주장하기 시작하며 외교적 마찰을 일으켰고, 한국 언론들도 그것을 기사거리로 삼았다. 이런 일의 저변에는 일본은 만만하다는 터무니 없고 근거 없는 한국인의 사고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을 제외한 다른 세계인은 어느 나라도 일본을 만만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서해를 국제적으로 Yellow sea(황해)라고 하는 데에 한국인은 한 마디도 안하고 있다. 중국에 이것을 서해와 병기하자고 입도 뻥긋 안한다. 서해를 Yellow sea라고 중국인이나 세계인들이 호칭하는 것은 黃河(Yellow river)가 서해로 흘러 들어가는 것과 연관있다. 아무튼 세계 지도에 Yellow sea(황해)라고만 독점 영어 명기하는 것에 한국인이 중국이나 국제기구에 태클을 안 거니 국제적으로 서해는 황해라는 하나의 명칭으로만 사용되고, 한국인은 별 생각없이 옛날부터 그런가 보다 하고 받아들인다.

중국에 굴종하고 지내던 옛날에는 황해라는 말이 얼마나 자연스러웠던지 경기도 북쪽 행정구역은 황해도였다. 황해와 접한 도라고…서해도라는 명칭은 한국인이 생각조차 한 적이 없는 것이다. 만일 한반도가 통일되어 지금 행정구역을 만들면 황해도라는 명칭은 안쓸 것이다. 황해라는 명칭을 한국인이 지금은 거의 안쓰는데 통일 한국에 누가 황해도라는 행정구역명을 쓰겠나?

21세기 들어서 이제 서해를 황해라고 하지 않는다. 어차피 황해, 서해를 국제적으로 병기하거나 서해만 독자적으로 쓰는 게 불가능하면 그냥 지금처럼 조용히 우리가 황해라는 말 안쓰고 서해란 말만 쓰면 된다. 마찬가지로 동해를 모든 국제 지도에 일본해와 병기할 수 없다면 그냥 병기하는 노력은 계속 하되, 그것을 가지고 이웃나라 일본에게 적대감을 조성할 필요가 있을까? 중국은 만만하지 않고 일본은 만만하니, 중국에는 서해 강요 못해도, 일본에는 동해 강요 계속하자고? 그게 현명한 처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