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은 항상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하고 패배 또한 작은 실수에서 비롯된다. 강원도 삼척항 방파제에 몰래 접안한 북한어선 목선(木船) 한 척이 한국 해군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문제의 목선 접안 과정과 발견에 대한 사후보고 절차, 적발과정 등을 둘러싸고 청와대 안보실, 국방부, 해양경찰 등 관계기관이 여론의 도마에 올라 난타당하고 있다. 정치문제로 비화됐다. 급기야 대통령이 군형법 위반혐의로 고발당할 난처한 입장 직전까지 와 있다.

문제의 목선이 NLL을 넘어 57시간에 걸쳐 우리 영해를 휘젓고 다닌 끝에 삼척항 부두에 접안하기까지 군과 해경 등 경비경계망에 적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민간인의 신고전화를 받고서야 현장에 출동한 해양경찰이 청와대, 국방부, 해경본청 등에 공식 보고됐는데도 해당부처간 책임 회피로 일관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축소 발표했거나 사실과 다르게 조작 허위보고했다는 등의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국방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국방부의 해명이 참 가관이다. 목선이 소형이기 때문에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았고 파도가 높았기 때문에 선박확인이 어려웠다는 변명이다. 목선 이후 독도 근해에서 발견된 5톤 규모 북한 어선은 선체가 크기 때문에 발견이 쉬웠고 북한으로부터 구조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한 마디로 말이 안되는 소리다. 그럼 군함이 침투하는 것은 쉽게 식별이 가능하고 퇴치나 공격 또한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북한괴뢰가 군함이나 철선이 아닌 소형목선으로 해안침투를 할 경우 속수무책이란 말인가?

해양경비 태세에 문제가 있었음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국방장관이 책임 사퇴하면 될 것 아닌가. 잘못된 것에 대한 책임을 병졸들에게 책임전가나 하고 변명과 허위발표 등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은 적의 침투 못지않게 안보를 위협하는 이적행위나 다름없다. 군함이나 철선이 아닌 목선으로 게릴라부대를 침투시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리 현대식 무기를 장착한 군함이 해상경계를 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싸움은 항상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하고 패배 또한 작은 실수에서 비롯된다. 둑이 무너지는 것도 쥐구멍이나 두더지가 파 놓은 작은 구멍으로부터 물이 새어나와 제방을 무너지게 하는 법이다. 군함보다 무서운 목선의 위험을 우습게 보면 안보가 무너지고 국가도 사라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