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 세운 소녀상에서 보듯, 우리는 일본과의 트러블에 있어서 퍽하면 국제 사회에 호소하겠다 했고 호소해 왔다. 문재인 정부도 다르지 않아 이른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미국 등 국제사회에 알리겠다는 것이 기껏 대응책이다. 그러려면 우리부터 바른말을 하고 정직해야 한다.

일본이 우리에게 국제법을 지키라고 주장하자,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브리핑을 갖고 "강제징용이라는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국제법을 위반한 것은 일본"이라고 했다. 일본이 자기네의 불법성을 인정했으니 한국과 그 문제에 대해 협의하여 보상한 것이 아닌가. 54년 전에 이미 보상금까지 받아놓고 이제와서 새삼 과거사를 끄집어내면 국제사회가 웃을 뿐만 아니랴 그 돈으로 대한민국을 잘살게 만든 선대의 땀과 눈물을 조롱하는 짓이 않으랴.

그 협정서에 차후. 서로 간에 이견이 생기면 제3국 중재위의 심판을 받자는 부칙까지 달았다. 그렇게 중재위의 심판으로 가자고 하니 문 정부는 오금이 저려서인지 싫다면서 안 가겠다고 했다. 우리 주장이 옳다면 얼씨구나 하며 중재위의 문을 탁 밀어젖히고 들어갈 것이다. 안 가려는 일본을 억지로 끌고서 말이다.

이어서 그는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발언을 하지 말라"고 했다. 일본에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발언을 하지 말라면서 청와대는 ‘죽창가’를 읊었고 집권당은 ‘경제침략’ 간판을 걸며 ‘의병’을 거론했다. 일부 국민은 ‘일본상품 불매운동'에 참가하지 않으면 성을 내고, 철없는 국민은 불타는 애국심으로 일본산 자동차에 김치를 던졌다. 이것을 말려야 할 야당과 언론도 도리어 문 정부의 선동에 발맞추기 시작했다.

대당(對唐)결전을 앞두고 망설이는 문무왕에게 김유신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곧은 것으로 적의 굽은 데를 치면 이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