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한일협정(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 관계에 관한 조약) 이후에도 한일 간에는 많은 갈등이 노출되었었다. 문제를 일으킨 측은 주로 한국이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통성 제고를 위한 일본을 향한 사과와 배상 요구가 이어졌다. 일본 측으로서는 독도가 자기네 영토라고 교과서에 싣는 것이 유일한 도발이라면 도발일 것이다. 어쨌든 양국 간의 갈등이 정도를 넘는다 싶으면 일본이 양보하는 쪽으로 미국이 무마시키곤 했다. 일본 정부로서는 과거 한반도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종의 ‘도덕적 부채의식’과 승전국이자 가장 강력한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의 중재를 존중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상황이 다르다. 일본으로서는 참고 참던 묵은 감정까지 폭발한 것 같다. "더 이상 질질 끌려다니지는 않겠다." "한국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라는 듯 단호함이 역력하다. 일본 언론의 보도를 살펴보면 한국에 우호적이던 지한파는 물론 정치에 별무관심이던 일반 국민들까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이번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일본 국민들을 상대로 여론 수렴을 한 결과 95%가 찬성했다는 보도가 있다. 어느 일본 언론인의 우려처럼 "정치색이 거의 없는 일본 시민들의 마음조차 한국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온 막무가내 우기기 전략이 국내에서나 통할 일이지 국제 사회에서까지 써먹으려다 제대로 걸린 것이다. 한국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일본과 다투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상대의 발가락을 다치게 하기 위해 내 다리를 자르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과 기업들만 측정할 수도 없을 만큼 큰 피해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일본의 선량한 국민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히게 하는 짓이다.

다만 문재인 일파에게만은 괜찮은 승부로 보인다. 이 모든 대한민국의 위기가 그들이 바라던 염원(?)의 일부가 아니던가. "북한하고만 잘되면"에서 "북한만 잘되면"으로 줄이면 지금 잘되고 있다.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은 보나마나 이 시간에도 점점 늘어나고 정교해지고 있다. 문재인 일파가 지금 이를 가능토록 국민들의 눈과 귀를 혼란시키며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지 않은가? 좀더 힘을 받기 위한 차기 총선 승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문제는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자 과반 밑에 있던 지지율이 오히려 과반 위를 돌파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그야말로 암담하다. 저들의 50년 집권설이 단순한 망발이 아닌 듯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저들이 조종하는 대로 우르르 휩쓸리게 될지 참으로 암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