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정서로 칼바람 부는 겨울 같은 북한에서 일본제품에 대한 느낌은?!

아이러니하게도 꼭대기부터 전부 좋아한다는 것이다.

소련제를 제치고 1970년대 후반부터 내가 탈북 할 때까지 주체의 수도 평양거리 승용차량의 80%가 일제였다. 중앙당간부인 작은아버지가 사는 창광거리 아파트에 가 보니 인테리어 전부가 일제였다.

항일로 신격화된 세습자는 수많은 여자를 건드렸지만 최종 선택은 <일제>(재일교포)였다. 항일혈통 어쩌구 침 튀기면서도 그게 현실이니 <조선의 어머니>선전을 조용히 거두었다.

북한 일반인으로 일본제품에 대한 느낌을 그대로 적으려 한다. 공교롭게도 고등중학교 딱 친구 2명 모두 재일동포였다. 1973년 지바현에서 온 송명철이란 친구는 조선말을 거의 몰라 가르쳐주라는 학교당국의 부름대로 그의 집에 허물없이 드나들었다. 이들이 가져온 책, 원주필(볼펜), 하모니카, 옷가지, 자전거를 보면서 이 세상에 이런 제품도 있나하고 놀라웠다. 이에 비하면 북한제는 쓰레기라고 해야 할 가. 그 마저 항상 모자라니 더 할 말 없다.

1968년에 오사까에서 온 문영철 친구의 집에서 가족사진을 보니 인화지가 1974년 당시의 북한 것보다 훨씬 생동함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사근사근한 그 어머니와 여동생도 인상 깊다. 그 여동생을 <째포>라고 신부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평생 후회될 정도이다.

어려서(1960년대) 어른들의 말을 들어보면 일제 때 벽시계는 아직도 잘 맞는다. 재봉기도 일제 때 것은 고장이 안 나는데 우리 것은 고장이 난다고 했다. 1978년 이쓰즈 5톤 덤프트럭을 타보았는데 운전 칸 시설이 북한의 승용차들인 소련제보다 훨씬 고급스러웠다.차 안에 담배 불 부치는 것이 있다고 자랑하던 운전수의 모습이 생각난다.

1979년 남포대학 연구원 시절, 4층짜리 대학청사를 지을 때이다. 625전쟁으로 메몰 되었던 일제 때 기초 콘크리트가 나왔는데 망치로 쳐보니 탱 탱 소리가 나는 강도였다. 벌써부터 부실 부실한 우리의 것에 비하면서 모두 야! 쪽발이들 정말!

1986년 백두산 오지 대홍단 출장 노상인 연사군에서 잠시 주민과 나눈 얘기,

<연구사 동무! 저기 전주 대 보세요. 일제 때 세운 것은 아직도 그대로인데 우리 것은 10년도 안되어 썩어 교체해야 합니다.>

1988년 총력을 다 했던 북부철도건설이 압록강 변을 따라 개통, 그 현장에 나의 시험포가 있어 직접 본 바이다. 철도 네루가 부족하여 소련에서 고철로 들여온 2m 가량 절단 된 것을 다시 용접하여 쓸 정도였다. 그 외는 일제 때 깔았던 것들이다. 그 네루에는 생산연도인 1927년, 1932년 등이 적혀 있다. 전문가들에게 왜 우리는 아직도 못 만드느냐고 하니 - 열처리 기술이 안 된다고 하였다.

1982년 량강도 신파군을 김일성의 첫 부인이자, 김정일 엄마 이름을 딴 김정숙군으로 명명되는 것을 기념하여 읍내 가옥마다 TV를 선물하였다. 평생을 벌어도 못 사는 TV선물이니 타지역인들이 부러울 만큼 대 경사가 났다. 당시 소련제냐 일제냐는 선택여지를 주었는데 모두 소련제를 선호하였다. 이유는 고장 나면 고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10년이 지나도 <소나무>로 명칭 된 일제TV는 고장 나지 않는다. 북한제와 소련제는 고장 나는 것이 정상인데 습성화되어 일제를 택하지 않은 것을 10년 지나서야 통탄들 하였다.

반일, 반일 하는 남한도 한 해에 800만 명이나 일본에 관광 간다. 오래 전부터 반북운동으로 함께하는 아라키 교수는 이해할 수 없다며 즐겁게 웃는다. 나부터도 생활 곳곳에서 선호하는 제품이 무엇인 가를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