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난리판에 일본 칭찬 같은 글이라서 미안하지만, 설사 일본이 임진년 원수일지라도 장점은 배워야 우리가 이득이겠기에 민망함을 무릅쓰고 쓴다.

우리 부모는 각각 어려서 아버지는 할아버지한테, 어머니는 외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일본에 살러 갔고, 거기서 유년기를 보내고 거기서 결혼하고 살다가 해방이 되자 귀국했다. 자연 우리는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귀 따갑게 듣고 컸다. 그 중에 두 가지만 소개한다.

미국 공군기가 폭격할 때 주민들은 방공호에 대피했다. 지금도 거칠고 고집이 센 우리 누나지만, 어려서 방공호가 갑갑하다며 울고 시끄럽게 굴었다. 미안감을 느낀 어머니가 아무리 달래도 안되고 해서 나중에 애를 꼬집고 때렸다. 그러자 곁에 있던 일본인들이 “아이에게 그러면 쓰나? 나한테 애를 잠시 주시오.”하고선 애를 잘 다독거려 울음을 그치게 하더라고 했다.

공습이 끝난 다음에 또 미군기가 날아오는데 이번에는 폭탄 대신에 구호물품을 투하해 준다고 했다. 옷, 통조림, 장난감 등등이 땅에 떨어지면 어린애들은 너나없이 달려가서 그것을 주워서 먹기도 하고 갖고 놀기도 했다. 이를 본 일본 엄마가 애의 뺨을 눈이 빠지도록 후려치곤 애의 손에 들린 것을 뺏아 발로 밟아 버린다고 했다. 일본인의 '옥쇄'와 '본토 결전'은 저런 정신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어린애들이 주워 먹는 것을 보곤 그냥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개 부녀자의 정신도 저랬으니 사무라이의 '본토 결전' 주장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그러나 국리민복을 위해 본토 결전이 아닌 ‘무조건 항복’을 택했다. 그 독한 사무라이가 저랬다. 현실을 인정해 항복하는 것도 교양이고 기술이며 문명일 것이며 나아가 공명정대를 추구하는 정신일 것이다.

지금 일본은 우리에게 무조건 항복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다만 과거의 약속을 지켜라고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죽창가와 의병을 외치더니 마침내 지소미아도 파기했다. 저들에게 국리민복은 자기들의 발가락 때만도 못한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해서 나라를 거덜낸 후 손쉽게 김정은이에게 들어 바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