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당 원외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이렇게 말했다는 보도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있지도 않은 '논두렁 시계'를 가지고 얼마나 모욕을 주고, 결국은 서거하시게 만들지 않았는가.” 이 대표뿐 아니라 좌익들은 검찰에 대해 습관적으로 나오는 말이 '노무현의 논두렁 시계' 타령이다. 이를 근거로 검찰 개혁을 역설하곤 한다. 그러나 노무현은 '논두렁 시계' 때문에 죽은 게 아니었다

노무현은 검찰이 죽음으로 몬 게 아니라 가족들이 부정한 돈을 축적했다가 검찰 수사를 받게 되었고, 도저히 빠져나올 가망이 없자 처자식이라도 보호하려고 자살한 것이다. 그 덕에 처자식은 지금 잘 살고 있지 않은가. 그는 임기 말 지지율이 너무 낮아 같은 패거리들로부터도 외면당했다. 검찰 수사를 받아도 역성드는 이가 거의 없었다. 오죽하면 그의 측근이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조차 '폐족 신세'라고 한탄했을까? 그가 막상 자살하고 난 뒤 국민들의 동정 여론이 일자 그제서야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듯 '지켜주지 못해 어쩌구' 하면서 관심들을 보였다. 만약 자살하지 않았더라면 '폐족의 원흉'으로 낙인 찍힌 채 헤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으로서 굴욕적인 삶을 이어가는 것보다는 삶을 버려서라도 명예를 찾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노무현은 임기 끝내고 조용히 봉하마을로 떠났으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이명박이 그렇게 모진 사람은 못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 기록물을 통채로 봉하마을로 가져가려다가 새 정권과 부딪치며 각을 세운 것이 화근이었다. 처음에 그런 생각을 했더라도 문제가 불거지면 포기했어야 하는데 이유를 달며 죽은 권력이 산 권력에 맞서려다가 화를 당한 것이다.

문재인 권력이 무너지면 노무현보다 훨씬 더 비참해질 수가 있다. 노무현은 그래도 인간적인 친화력이 있고 일 처리에 있어 합리적인 면이 있었다. 그 중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제의한 연합 정부 구성은 진정성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문재인은 막무가내다. 퇴로 없이 밀어붙이는데 아주 매몰차다. 아마 자기 나름의 계산이야 있겠지만 사람 하는 일이 계산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간과하는 듯하다. 사람이 너무 야박하면 스스로 쪽박 차는 수가 있다. 이미 지은 업만으로도 앞으로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