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검찰개혁에 대한 조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오늘 조 장관이 발표한 검찰개혁 방안은 역대 정부에서 오랜 세월 요구되어 왔지만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 개혁의 큰 발걸음…."
이상은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와 관련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 말들을 종합해 보면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 때문에 부득이 조 장관 사퇴를 수용했지만 아까운 인물'이라는 의미가 물씬 풍긴다.
그동안 온 나라를 벌집 쑤셔놓은 듯 국가 이미지를 처참하게 실추시켰던 조국 사태 발단의 책임은 '범죄 혐의만으로 임명 안 하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던 문 대통령의 국민을 무시한 독단적 인사에 있다. 따라서 대통령은 잘못된 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진솔하게 대국민 사과와 더불어 다시는 이러한 부끄러운 독단적 인사를 하지 않을 것과 앞으로 국정 운영에 관해서는 국민의 진정한 목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선언을 해야 헸다.
그런데 대국민 사과는커녕 달랑 수석보좌관 회의를 소집해서 한다는 소리가 '검찰 개혁에 필수적인 아까운 인물(조국)을 국민들의 갈등 때문에 부득이 사표를 수리한 것'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풍기는 발언이 고작이었다.
'국민들의 갈등' 이라는 말도 옳지 않다. 문 대통령은 서초동 대검 앞에서 벌어진 지지자들의 윤석열 총장 비난, 조국 구하기를 '국민의 목소리'라고 정의했지만 그보다도 규모가 더 크고 목소리가 더 높았던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진 한글날의 '조국 퇴진' 함성은 못 들은 척 했다. 결국 지지자들의 서초동 함성은 옳고 정의로웠지만, 광화문에서 벌어진 반대의 목소리에 눌려서 부득이 아까운 인물을 내치는 읍참마속을 했다는 자기 합리화에만 초점을 맞췄다.
조국의 사퇴의 변도 한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검찰 개혁이 자기 아니면 불가능했다는 듯 '불쏘시개 역할론'을 들먹이며 자신의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파렴치성을 보였다. 추풍낙엽처럼 폭락하는 여론을 의식해 다가오는 총선을 대비한 여당과 청와대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말은 죽어도 하기 싫었던가?
그동안 시중 잡배들마저 비웃을 논리에도 이치에도 맞지 않는 수많은 자기 변명과 거짓말 그리고 명색이 대학교수라는 부인을 비롯해서 아들과 딸 동생과 조카 등 그 일족이 벌인 수많은 비리와 범죄 혐의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커녕 여론에 밀려 쫓겨가기는 하지만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검찰개혁)는 당당하게 해냈다는 몰염치는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이 나라에 범죄 혐의자 조국이 아니면 검찰 개혁을 주도할 인물이 없다더냐?
그러나 우리를 더욱 부끄럽고 참혹하게 만든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서초동 대검 청사 앞에 운집한 자칭 200만에 달하는 정권 지지자들의 함성이야말로 우리를 대한민국 국민임을 부끄럽게 만드는 비극이었다.
어째서 국민의 지탄을 받는 조국이 국민의 영웅이며, 불법 비리 혐의가 끝도 없이 터져 나와 국민을 분노케 하는 조국 일가가 어째서 배신자(검찰)의 무지막지한 수사에 의해 억울하게 짓밟히고 있다고 고래고래 악을 쓰며, 아무리 대통령이 임명한 기관이 검찰이기로서니 대통령이 총애하는 인물의 범죄행위를 수사하는 것이 어째서 배신이고 반역인가?
이번 조국 게이트는 수십억 세계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사안이었을 것이다. 법치와 정의 구현에 앞장서야 할 법무부 장관의 비리와 불법행위에 대한 파렴치한 자기 변명과 거짓말들, 대통령의 국민을 무시한 막무가내식 인사, 정부와 집권당의 후안무치한 범죄 혐의자 감싸기와 이러한 범죄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의 총수 검찰총장에 대한 압력 행사, 수백만의 군중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면서 범죄 혐의자 감싸기와 그러한 법죄 혐의자를 수사하는 검찰을 반역시하는 추태를 바라보는 세계인들의 따가운 눈총을 생각하면 쥐구멍에라도 숨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더 이상 가난하고 보잘 것없는 극동의 초라한 시절의 나라가 아니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진입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은 있는 그대로 전 세계에 퍼져 나간다. "잘 살면 뭣하누! 사람이면 사람답게 살아야지…"라는 말이 세계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수치를 언제까지 감내해야 하는가?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만 도덕성이 타락하고 정(正)과 사(邪)를 구분치 못하고 不義 不法을 밥 먹듯 하는 집단을 선택하는 선거라면 그러한 선거를 더 이상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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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아무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