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로 여러 대통령들이 제각기 업적을 남겼지만 가장 좋았던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었나 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늘 조선일보의 양상훈 주필이 쓴 칼럼에서도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잘 해주었더군요.

박근혜 대통령뿐만 아니라 지금 문재인 대통령을 봐도 그렇고 자기 임기에 일을 잘 해서 정권재창출을 하기가 얼마나 어렵고 사람 초조하게 만드는지는 대통령 본인이 아니라도 지지자라면 누구나 실감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기 임기대의 총선과 대선을 모두 승리하여 박근혜대통령에게 무사히 정권을 넘겨준 이명박 대통령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을 해낸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를 잘 해서 집권한 것이지 이 대통령의 덕분이랄 것이 없다고 하실지 모르겠으나 국정원 댓글 사건같은게 터지는 것을 보면 적어도 이명박 대통령은 진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염원하고 애를 많이 썼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전 세계에 불어닥친 금융위기를 우리 한국이 1년 만에 극복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나 이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금융위기 당시 청와대 벙커에서 연일 비상경제회의를 소집하면서 경제 회복에 몰두한 것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경제 회의를 자주 갖게 되면 대통령 본인도 경제를 공부하는 효과가 생긴다고 합니다. 예전에 이영훈 교수님 책을 보니 박정희 대통령도 수출진흥회의를 많이 주재하면서 점점 경제전문가가 되어갔다고 하더군요. 이 대통령은 집권 초기 정치보복에 열을 올린 문 대통령과 달리 민생과 경제에 굉장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 대통령이었습니다. 그 결과가 성장률 6%, 무역액 1조달러, 신용등급 일본보다 우위, 일자리 매년 40만명 증가라고 합니다. 이런 성과를 국민들이 총선, 대선에서 평가하여 새누리당이 승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나올 수 있었던 겁니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하고 무역수지는 해마다 감소세이면서도 경제보다는 적폐청산과 검찰개혁같은 정치 이슈에 몰두하는 문재인 정권은 과연 나중에 어떻겠습니까. 지금 좌파 운동권 정권이 말아먹는 나라경제를 보자면 이명박 정부때 정말 정부가 경제 운용을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비가 영 안 오는 가뭄 한철에는 으레 제한급수를 하기가 일상이었습니다. 양동이에 물 받아놓고 하루 종일 조금씩 써야 했던 제한급수가 언제부터인가 최근의 기억에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더이상 한반도에 가뭄이 없어서일까요? 저는 4대강 덕분이라고 봅니다. 물그릇이 커지고 담아둔 수자원이 넉넉해지니 더이상 비가 좀 안 오는 날이 이어져도 제한급수는 할 필요가 없게 된 거겠지요. 지금도 제한급수를 하는 지역이 존재할수는 있겠지만 이번 정부 들어 보를 개방하는 바람에 농업용수가 부족해진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은 봤어도 제한급수한다는 집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흔히 한미FTA를 지금 정권의 청와대 안보실차장 김현종의 작품이라고들 말하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김현종이 만든 첫 타결안은 이후 미국에서 정권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가면서 사실상 미 의회 비준도 어렵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광우병 촛불난동도 있고 해서 재협상을 하여 양국 의회 비준이 이루어지게 만든 것은 이명박 정부의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김종훈 전 새누리당 의원이 한 것입니다. 저는 한미 FTA는 노무현의 공이 아니라 이명박의 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에서 폭력이 난무하고 최루탄이 터지는 상황에서 온갖 욕을 다 감수하면서까지 한미FTA를 관철시킨 것은 이명박 정부와 그 여당 새누리당이 해낸 일입니다. 김현종은 당시 야당(민주당)의 한미FTA반대 시위 때 이를 설득하기는커녕 구차하게 자기 변명하기에만 급급했던 무책임한 사람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는 수많은 국제회의를 우리나라에 유치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G20, 핵안보정상회의, 녹색기후기금, 세계개발원조총회 등이 그것이었다고 조선일보 칼럼에서 소개해놓고 있습니다. 미.중 정상을 비롯한 세계 주요 20개국 정상이 우리나라 강남 코엑스빌딩에 모이는 모습이 어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겠습니까. 마지막에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전 정권에서 두 차례나 실패한 것을 이명박 정부에서 해낸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말에는 해외출장이 너무 잦다는 말이 있었지만 실제로 외교에서 많은 성과를 낸 게 이 대통령이었기도 합니다. UAE에 원전 수출한 것은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아닌 다른 대통령이었다면 불가능했을거라 봅니다.

이명박 정부 때의 한일관계와 관련해서는 임기 말 독도 방문과 천황 사죄 요구 발언 등으로 한일관계를 망쳐놨다는 평가가 많은데 그것은 동일본 대지진 후에 등장한 일본 노다 요시히코 내각 때의 일이고, 그 전의 이명박 정부와 일본 민주당 정부 사이의 관계는 어느 때보다도 좋은 한일관계였다고 저는 기억합니다. 일본 외무상이 '일한 동맹'을 처음 언급한 게 이 시기였습니다. 지금 아베 정부에서는 일본의 어떤 각료도 '일ㆍ미ㆍ한 협력'이라고는 말할지언정 '일ㆍ한 동맹'이라고는 표현하지 않는데 이명박 정부 때는 일본에서 그런 말도 나왔더라는 겁니다. 그런 관계를 바탕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에게서 조선왕실의궤를 환수해오기도 하였습니다. 양국을 오가는 정상 셔틀 외교도 수차례 이루어졌음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이후의 박근혜 정부의 대일 외교는 이명박 정부 때와 비교해본다면 정말 아쉬운 점이 많이 남습니다. 독도 방문은 이명박 대통령이 태어나기는 일본에서 태어나 시종 내내 좌파로부터 친일프레임 공세를 받아서 선거를 앞두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측면이 있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이 대통령 개인적으로 고향이 포항이라 선거구획상 포항남울릉 지역구에 속하는 독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을 것입니다.

재임 중에 집만 빼고 전 재산을 내놓은 대통령도 이명박 대통령이 헌정사에 유일하지 않을까요. 비록 청계재단과 관련하여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 수사가 들어갔기는 했지만 돈을 기부한 시늉만 하고 도로 찾아갔다는 것도 아니고 무슨 문제라는 건지 모를 일입니다. 임기중에 내곡동 사저와 관련해 특검수사를 받았지만 아들 이시형씨가 사소한 혐의로 기소된 것 빼고는 드러난 게 없었죠. 언론의 허위 보도와 검찰 수사에 속절없이 무너져버린 박근혜 정부를 생각하자면 이명박 정부는 야권의 거센 공세로부터 권력을 잘 지켜내는 데에도 뛰어남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본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 아니라도 응당 대통령으로서 사과해야 할 일이 발생하면 스스럼없이 춘추관에 나가 대국민 사과를 하였고, 예전 DJ시절에 TV에서 몇번 방영하던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도 진행하는가 하면 격주마다 라디오와 유튜브 방송을 통해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라는 연설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오늘날 유튜브에서 여러 우파 인사들이 진행하는 1인방송들은 어찌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원조격이라 할 것입니다. 비록 정치 핵심현안과는 거리를 둔 밋밋한 연설이 많았으나 대통령의 연설이기에 방영되면 언론들이 어김없이 뉴스로 보도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대통령임을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째서 이러한 이 전 대통령의 유산을 물려받지 않고 최서원 사건으로 대표되는 자폐적 이미지를 만들었는지 안타깝습니다. 좌파에게 장악된 언론계 현실을 꿰뚫어보고 미디어법을 제정하여 종편이라는 새로운 언론생태계를 구축한 것도 이명박 정부에서 한 일입니다. 문재인 정권이 지상파 방송을 장악하고도 도리어 그렇게 장악한 방송사들이 적자와 경영난에 시달리는 것은 종편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서 이명박이 문재인에게 한 방 날린 것이라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용산참사같은 불행한 일이 있기도 했었지만 그 이후 이명박 정부가 각종 집회,시위,파업에 대응한 것을 보자면 이후 우파 정부 지도자들이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원칙없는 타협은 거부하면서도 지나친 강경대응으로 사상자가 나오는 일이 용산참사 이후로는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쌍용차 시위나 철도파업, 강정마을 시위 모두 이명박 정부에서는 원칙을 지켜나가면서 원만히 누그러뜨렸습니다. 무슨 스트라이크만 났다하면 노조의 요구사항을 거의 다 들어주고 아름다운 합의를 봤다고 선전하는 지금 정부와 서울시는 국민 돈을 함부로 탕진하는 것이며 일을 똑바로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여당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검찰을 동원해 정치보복을 단행,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게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팩트를 말해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떤 이유이던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고, 그에 대한 구속영장은 청구되지도 않았고 공소장은 제기되지도 않았습니다. 제 기억에 이명박 정부의 검찰은 지금 문재인 정부가 집권 첫해나 작년에 했던 것마냥 국정원 서버를 뒤지고 청와대 캐비닛을 뒤지면서까지 지난 정권의 일을 색출해 닥치는대로 영장 청구하고 잡아들이는 수사를 벌이지 않았습니다. 굳이 따지면 한명숙 전 총리를 불구속기소한게 정치보복인가요. 내내 불구속상태로 재판받다 대법원 최종심 확정판결나온 다음에야 유유히 지지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교도소에 들어가게 한 것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문 정권 출범과 함께 정치보복 수사에 걸려 감옥에 가시기는 했지만 싸움을 완전히 포기해버린듯한 모습으로 중형을 선고받고 여전히 수감중인 박근혜 대통령에 비해 이명박 대통령은 판사가 공정한 사람이구나 싶으면 최선을 다해 검찰의 논리를 반박하며 재판에 임했고 그 결과 이 전 대통령은 보석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전략적 대응도 능력이라고 봅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서원 사건 1심 재판에서 재판거부를 선언하고 법정출석을 보이콧한 것은 잘한 것이라고 지지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김세윤 당시 1심 재판장의 부당한 구속영장 갱신에 대한 항의의 필요성에서 지지한 것이지 이어지는 고등법원의 2심과 공천개입사건 등 다른 재판들까지 모조리 보이콧하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국정원 특활비 사건은 이재용 삼성부회장을 석방시켜준 정형식 판사가 재판장이었는데 이것마저 보이콧한건 박근혜대통령의 실수였다고 봅니다.)

당시에는 대통령이 무능하다고 생각했으나 지금 와서 보니 그 때 대통령이 정말 좋았다는 생각이 드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오바마를 우유부단하다고 생각했으나 지금 트럼프 하는 걸 보니 오바마가 훨씬 미국대통령답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로는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었다고 봅니다. 전체로 다 따져봐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고 해도 지나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