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5시30분에 집을 나섰다. 컴컴한 초가을 새벽, 겨울 외투를 입고 나서야 할 만큼 쌀쌀한 날씨였다. 지난 10월 9일의 일이다. 필자에겐 작은 ‘애국나들이’였다. 지방에서 턱없이 서울을 간다는 게 엄두가 안 나건만 동료 K교수 권유에 무작정 따라나선 것이다. 실은 요즘 들어 이제 갓 태어나 백일이 채 지난 작은 손주를 볼 때마다 세상 돌아가는 게 안타까워서였다. ‘저애들이 과연 제대로 된 세상에서 살아갈 것인가!’가 걱정이 되어서였다.

필자는 6.25 사변이 막 끝나고 태어난 베이비붐 첫 세대다. 어린 시절 배곯이가 생활이었던 세대다. 그러니 국민소득 3만 2천 불을 넘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오늘날 이 대한민국이 어찌 대견치 않겠는가! 그런 나라가 갑자기 경제는 곤두막질 치고 안보는 풍전등화와 같아져 어떻게든 나라 살리는 일에 동참하고 싶었던 터였다. 그러나 凡人으로선 달리 길이 없던 터에 K교수의 권유가 작은 도화선이 된 것이다. 그래, 나 하나라도 힘을 보태보자!

해운대역에 도착하니 이미 사람들로 붐볐다. 얼마 뒤 버스가 출발하자 우리 3인을 포함해 이미 약 50여 명 좌석은 만석이었다. 출발 전에 운전기사가 “여기 오신 분 중에 교인(敎人) 아니신 분이 계십니까?” 하길래, 손을 드니 우리 셋과 2~3인을 제외하고 교회에서 온 신도들이 대부분이었다. 내심 기독교인의 나라사랑이 대단하구나 싶었다.

참가비가 2만5천 원인데, 식사, 음료수 등은 모두 각자 준비였다. 차가 출발하고 옆 사람과 잠시 담소를 나누자 서로 가져온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그렇게 여유로울 수가 없었다. 승객들 중 남루한 옷차림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들은 모두 우리 사회의 중류였다. 사실 배고픈 사람은 이런 나들이에 나서기 힘든 법이다. 지난 10월3일 개천절 날 광화문에 모였던 사람들도 아마 대다수 이런 중류층이었으리라 짐작되었다.

오후 1시쯤 서울에 도착해 삼일빌딩 앞에 버스가 멈추자 승객들은 하차해 광화문 광장(이승만 광장)까지 누가 든 차량번호가 적힌 피켓을 따라갔다. 멀리 광장으로부터 벌써 지층을 뒤흔드는 듯한 함성이 들려왔다. 광장에 이르자 입추의 여지없이 인파로 꽉 차있었다. 이렇게 많은 인파 속에 끼어 본 적이 없었다. 대다수가 50~70대로 보였다. 좌우 사방에는 ‘조국 감방’, ‘문재인 하야’가 적인 피켓, 현수막 등이 흔히 눈에 띠었다. 필자는 충무공상과 세종대왕상 사이를 오가며 태극기를 흔들고 군중 속에 머물다 5시가 넘어 다시 지정차량으로 돌아와 서울을 떠났다. 집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넘었다.

이번 서울나들이는 평생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은 결코 망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확신이 생겼다. 하나같이 애국하자며 나온 大인파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런 믿음이 생긴 것이다. ‘잘 왔다’ 싶었다.

그 며칠 뒤 조국이 사퇴하였다! 국민의 승리였다! 자유민주주의의 승리였다! 누군가가 이번 광화문 대 궐기를 ‘10월 국민혁명’이라 하였다. 적절한 표현이다. 문득 ‘조국사퇴’에 필자도 한줌 힘을 보탰다는 한 가닥 자부심이 생겼다. 역사의 격랑 현장 한 가운데에 잠시 서 있던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10월25일 금요일, 아직도 ‘애국나들이’는 필요하다. 여전히 국민을 무시하고 ‘검찰개혁’을 국민의 뜻이라 오도(誤導)해 악법 ‘공수처법’을 강공(强攻) 처리하려는 文 대통령을 하야시키기 위해서다. 온 국민이 동참하자! 광화문 이승만 광장으로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