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가 유지되게 되어 다행이긴 하지만 해망구실(蟹網俱失)이 생각나 혼자서 실없이 웃는 어제오늘이다. 문 정권이 뻗대다가 게도 그물도 다 잃었다. 죽창가는 온데간데 없고 의병은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정권 체면 지키려 또 거짓말을 하고 야만성을 드러냈다. 낯 간지러운 주장이지만 우리 외교부의 말을 다시 들어 보자.

"강제징용 문제가 안 풀리면 수출 규제도 풀 수 없다는 일본의 연계 전략을 우리는 수출 규제와 지소미아를 연계하는 전략으로 맞받아 싸워 깼다."

외교부의 말로는 우리가 일본을 깨버린 것이다. 설혹 일본을 깬 것이 사실일지라도 선린외교 상대국에 '깼다'는 말이 당키나 한가? 우리는 일본의 예상을 뛰어넘어 수출규제와 관련된 WTO 제소 절차까지도 양보했다. 일본으로선 손 안 대고 코 푼 셈이다. 그리고 일본은 이렇게 말했다.

“일본은 카드를 거의 꺼내지 않으면서도 지소미아를 유지시켰고, 수출 규제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서의 분쟁'에서 양국간 협의로 돌리는 성과를 거뒀다.”

같은 사안을 놓고 우리와 일본이 정반대의 발언을 했고 서로 이겼다며 우기는 형국이다. 우리는 우리 외교부의 주장을 믿고 싶다. 이것이 국민된 도리이겠거니 설혹 우리 외교부가 거짓말을 했을지라도 그냥 믿고 싶은 마음이다.

여기서 중요한 하나가 있다 이 문제에서 만약 우리가 일본과 같은 승리를 거두었다면 우리는 우리의 능력과 힘으로 이겼다 선전할 것이 뻔하다. 그러나 일본은 자기 힘으로 이긴 게 아니라 미국 힘으로 이겼다고 발표했다. 곧 ≪일본 정부 고관은 요미우리 신문에 “미국의 압력이 컸다. ‘이건 (한·일관계가 아니라) 한·미관계다. 협정이 종료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는 말까지 하면서 한국을 압박한 것으로 안다.”≫

자기들이 이겨놓고도 미국의 공으로 돌리는 그 정직성과 겸손이 부러운데 저런 자세이기에 이겼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