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릴 땐 이런 말이 많이 회자되었다 “장가도 못 가보고 죽을래?” 혹은 “시집도 못 가보고 죽으려고?” 이 말은 장가가고 시집가는 데에는 아이가 모르는 행복이 있다는 말이 되는데 물론 결혼 생활을 못해 본 성인에게도 해당될 것이다.

오늘 조선일보에 어떤 유명 승려라는 사람의 말이 큼지막하게 실려 있는데 이렇다 “남편, 자식, 애인도 아니고 내가 행복해야 산다.” 저 말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함인지도 알고 저 말이 틀렸다고도 보지 않는다. 그러나 형식상 저런 말은 남편. 자식. 애인을 두고 사는 사람만이 할 수 있고, 그런 사람이 말할 때 비로소 설득력과 무게가 실린다. 결혼을 안한 사람이 남편. 자식을 논하면 무자격자의 발언밖에 안 되는 것이다.

저 이는 승려이니까 결혼 안 했을 것이다는 게 불가적(佛家的) 판단일 것이요 아들 낳고 딸 낳는 결혼 생활의 알콩달콩한 재미를 모를 것이다는 게 상식적 판단이다. 그런 승려가 남편. 자식에 대한 깊은 애정을 알 턱이 없다. 설사 알아본들 상식론적 범위의 애정만 알 것이다. 아무리 심오한 철학이 담긴 발언이라 하더라도 그런 말을 할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해야 옳다. 가정을 가져보지도 않은 이가 어떻게 가정을 꾸리고 사는 사람 앞에서 저런 소리를 하는지 좀 주제 넙어 보인다. 구태여 저런 말이 아니더라도 석씨경(釋氏經)에는 좋은 말이 수두룩한데 왜 하필 저런 말을 했을까?

공자는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謀其政)이라 했는데, 곧 그만한 위치에 있지 않으면 그만한 말을 해서는 안 된다로 풀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