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트라우마'라는 말은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쓰이지만,

외상 후 성장,
post-traumatic groth,
PTG라는 말은 언론도,
일상생활에서도 거의 쓰지 않는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은 사람이
그 고통에서 회복되는 정도가 아니라
인격과 인품이 긍정적으로 변형
trasformation 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랫동안, 어쩌면 평생토록
극심한 고통 속에 살아간다.

때로는 스스로 생을 마감할 정도다.

그런데 그 극심한 고통을 이기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서
그 고통을 자양분 삼아,
자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고 기적같은 일이다.

난 물망초 꽃망울들을 볼 때면
때때로 '외상 후 성장'이라는
아름다운 기적들과 마주하는 듯한
신비한 체험을 종종 하곤 한다.

브라보!
소리가 절로 나온다.

부모 형제 자매에 조부모까지
주변에 기대고 쉴 수 있는
언덕과 그늘이 있어도 힘들다는데

홀홀 단신으로 두만강을 넘었거나,
또는 사선(死線)이라 일컬어지는
혹독한 탈북과정에서
그 언덕과 그늘을 잃어버려 홀홀 단신!

지구 반바퀴를 돌아서
'남조선'이라는 낯선 땅에
떨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닻을 내린 젊은이들.

나는 그 10-20대 젊은이들을
'물망초 꽃망울'이라고 부른다.

그 꽃망울들이 이땅에 뿌리를 내릴 때
얼마나 외로울지...
얼마나 두렵고 힘들지...
생각만 해도 아득하건만,

이 친구들이 올 1년,
pre-college 영어 프로그램
45주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빛나는 수료증을 받았다.

80명의 탈북대학생들이 신청했지만
장소도, 비용도 감당이 안 되어
20명으로 제한해야 했다. ㅠ

겹치기 아르바이트로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하지만...
창업을 해서 아직 돈은 못 벌어도
여기저기 뛰어 다니느라
학교수업 채우기도 바빴지만...

개중엔 아기가 있는 친구도 있어서
엄마, 학생, 주부에 알바까지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
계절이 바뀔 정도로 정신없었지만

그들은 빠지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왔다.

숙제도 거르지 않았다.
시험성적도 만족스러울 정도.

그래서 이제는 외국인도 두렵지않다.
학교성적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솟아났다.

무엇보다도 반짝이는 눈과
수줍지만 너무 예쁜 미소,
당당한 자세까지 잃지 않고
올 1년, 2019년을 견뎌준
우리 물망초 꽃망울들이
너무 자랑스럽고 든든하다.

이 친구들은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외상 후 성장을 하고 있는 중이다.

탈북청소년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자유시민으로써
착실하게,
한발자욱씩 다부지게
대한민국의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젊은 그대들이여,
어서 자라서 이 땅의 메르켈이 되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