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학교에서 꼴등이라도 사회 나가면 일등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고교 시절 꽤 듣던 말이다. 좋은 말이다. 학업에서 낙오하는 청소년을 격려하는 뜻일 것이다.

헌데 이 말에 함정이 있다. 이 말을 좇으면 ‘원칙(原則)’보다 ‘변칙(變則)’을 더 선호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 시절부터다. 학교는 ‘原則’을 가르친다. 사회는 오히려 ‘變則’이 통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일 것이다.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도 이런 부분을 은유적으로 조명하였다. ‘일그러진 사회’일수록 ‘일그러진 권력’이 세상을 지배한다. 이런 땅에서 ‘原則’은 저 한쪽 구석에 놓인다. 초라하기 짝이 없다. 어쩌다 필요해지면 갖다 쓰고 이내 방기(放棄)한다. 그래 흔히 미봉책이 된다.

흥미로운 건, 누구나 이 ‘원칙의 당위성’을 알면서도 무시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시나브로 ‘原則’보다 ‘變則’이 횡행하게 된다. 남이 안 지키는 데 나라고 지키겠는가 해서다. 이게 우리 사회의 一面이 아닐까?

尹錫悅 검찰총장은 이른바 이 ‘소설’에서 일그러진 영웅, ‘엄석대’를 몰아내는 ‘새 담임선생님’이다. 그는 신년사에서 ‘헌법의 핵심가치를 지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 곧 우리들의 책무’라 하였다. 그야말로 검찰의 ‘원칙’을 천명(闡明)하였다. 이를 말인가! 그리고 지금 우리 국민은 ‘엄석대’의 비행, 위압, 조작시험을 밝혀내는 ‘새 담임선생님’을 보듯 그를 환호한다. 그래 심지어는 그를 ‘차기 대통령’으로 밀자는 말도 나왔다. 필자도 여기에 동의하고 싶다.

선진국일수록 ‘원칙’이 사회를 지배한다. 다수가 ‘원칙’을 따라서다. ‘원칙’에서도 중요한 건 ‘법(法)’일 것이다. 法 중에서도 ‘불문법(不文法)’일 것이다. 바로 그 사회 구성원이 오랜 합의로 지켜 온 도덕·윤리라서다. 예컨대, ‘약속’은 불문법이요, ‘계약’은 성문법(成文法)일 것이다. 어느 法이든 ‘지켜져야’ 사회가 안정되고 서로를 믿게 된다. ‘불신’과 ‘사기’와 ‘위약(違約)이 난무한 세상은 이 法이 깨진 사회다. 선진국이 될 리가 없다. 하물며 위정자들이 이래서야 백년하청일 것이다.

국민소득 3만 불은 흔히 ’선진국 잣대‘라 한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우리도 이 ‘잣대’를 넘어섰다. 헌데, 여전히 ‘不信’이 팽배하다. ‘원칙’이 저 구석빼기에 놓여있어서일 것이다.

부디 이번 총선은 ‘원칙’이 사는 세상을 만드는 ‘정치가’들을 뽑고 싶다. 그래 ‘학교 일등이 사회 일등’이 되는 그런 세상이 되면 좋겠다. 尹錫悅 검찰총장은 사실 국민에게 ‘그런 세상이 올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실은 필자가 ‘차기 대통령’ 후보로 지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