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가(중국문제전문가)


신해혁명 이후 중국 각지의 군벌(軍閥)들은 무장 할거(割據)를 하고 지방을 통치하고 있었다. 이 시기를 군벌혼전시기라고 부르는데 이를 통일하기 위하여 국민당과 공산당이 연합하여 벌인 전쟁을 北伐戰爭(1926년~1928년)이라고 한다.

군벌들은 마적 집단들이다, 가는 곳마다 노략질을 일삼았고 살인방화를 저질렀다. 그때 각 군벌들은 특이한 징표를 갖고 있었는데 바로 깃발이다. 각 군벌들의 깃발은 색깔이 우선 달랐고 河北은 直系가 浙江은 睕系가 雲南은 愼系가 廣西는 桂系가 할거하고 있었다.

그 시기 각지에서 깃발 위에 쓴 문자가 달랐다. 이를테면 東北 식당을 운영하는 중국인들은 여러 개 깃발을 준비하여 그날 그날 어떤 마적패가 지나가는가에 따라 깃발을 바꿔가며 가게 앞에 매달았다. 만약 실수로 깃발을 잘못 달았다가는 마적패들에게 무조건 약탈당하고 심하면 매맞아 죽는다. 만약 깃발을 정확하게 잘 달아놓으면 그날은 한 대목 잘 할 수도 있다. 마적패들이 몰려 들어와 진탕 마시고 먹고 두툼하게 값을 치르고 가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에는 당이 많다. 서로 선거를 통해 한 대목 하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깃발이 중요하다. 안철수당과 민중당이 오렌지색이야 주황생이야를 놓고 설전하는 모습을 보니 옛날 중국의 군벌들의 깃발 논쟁을 보듯 해서 한참 웃었다.

한 당의 깃발은 사실 주장과 비전을 말한다. 만약 두리뭉실한 주장이라든가 혹은 선명하지 않은 주장은 마치 깃발이 회색인 것과 같이 치명적인 실수를 할 것이요 국민이 투표를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는 깃발이 아니라 걸레가 된다.

주장은 간단 명료하고 뚜렷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헌법을 지키자”라는 구호보다 “청와대는 울산 선거범죄의 총 지휘부이다”가 좋고 공수처는 '현대판 게슈타포다' 보다 “공수처는 문재인을 보호하기 위한 호위무사이다”가 좋으며 “문재인은 김정은을 두둔하지 말라”보다는 “북한 비핵화 사기친 문재인·정의용은 역적이다”가 좋으며 “친북종북 정책을 규탄한다”보다는 “우리 국군을 자승자박한 9·19 선언을 폐기하자“가 좋다.

국민의 눈 높이에 맞는 이야기를 하는 당이 되어야 한다. 중국 성어에 '喜聞樂見(희문락견)'이란 말이 있다. 글과 노래가 귀에 쏙 들어오고 눈이 즐거워진다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