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살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주 통화하는 편이지만 한동안 뜸했던 것 같아 안부도 물을 겸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지역 전염병 사태를 보며 걱정이 되어서였다. "그래, 영수가? 반갑다!"라고 인사말 건네고는 바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 인간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구제불능이다!" 신천지 교회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친구는 이번 대구·경북 지역 전염병 확산과 관련 '31번 감염자'의 꼴통질도 문제지만 지금 어떤 시대인데 끌어 모여 황당한 미신을 믿고 있느냐는 한탄이었다. 친구는 정통 종교에서 파생된 소위 이단 종교를 미신으로 보고 있다.

경상도에는 다른 지역보다 유달리 사찰이 많다. 뭔가를 믿어야 마음이 안정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농경지가 많은 다른 지역에서는 주민들 중 소작농이나 머슴들이 주를 이루었으니 이들은 지주에게만 잘 보이면 되었지만 경상도는 산간지방이 많아 사람들은 야생 동물처럼 흩어져 각자가 논밭을 일구고 살았기에 미신 하나는 가져야 마음에 평화를 얻었을 것이다. 이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지만 지금 시대에 수백 수천 명이 끌어모여 사기꾼(?) 교주가 하는 말에 휘둘리는 모습은 한탄할 만하다.

흔히들 경상도 사람들을 보수라고 한다. 변화가 쉽지 않은 이들의 특성을 두고 보수라 한다면 이는 옳지 않다. 꼴통이라 하는 게 더 어울릴 듯하다. 전 세계가 전염병 난리통을 겪고 온 언론이 야단법석인데 31번 감염자는 두 번씩이나 의료진의 검역 체크를 거부했다고 하니 이 어찌 꼴통이라 아니할 수가 있겠나. 신천지 교주는 '마귀의 짓'이라고 신자들에게 문자를 돌렸다고 한다. 마귀란 그런 짓을 할 존재로 사람이 만들어낸 허상이니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허상을 쫓고 있는 것 자체가 꼴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경상도 사람 박정희를 보수의 원조쯤으로 여긴다. 그런데 박정희는 보수가 아니었다. 물론 공산주의를 배격하고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충성은 보수라 할 수 있겠지만 이 외 그의 통치 철학은 진보 중에도 진보였다. 목숨 걸고 나선 5·16 혁명부터가 진보의 첨단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마음에 품고는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나 그가 세운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는 것 외에 이렇다 할 추종은 없었던 것으로 본다.

내치에서는 오직 우리도 잘 살아 보자는 일념으로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기능훈련소와 공장을 같이 짓고 공장 안에 다시 학교를 짓는 이런 방식은 세계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외교에서는 미국에 맹목적으로 고개 숙이지도 않았다. 6·25 전쟁의 여진이 남아 있을 때로 북한과는 치열한 체제 경쟁과 국지전이 빈발한 상황이었지만 절대적 후원국인 미국에도 때론 강하게 맞서고 아울러 미국 몰래 핵탄두까지 제조하려고 했을 정도로 진보 중에도 진보였다. 그런 초진보적 결단들이 압축 성장의 비결이라면 비결이었다고 볼 수가 있다.

경상도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올바로 보고 뭔가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저 박정희를 존경만 한다고 보수가 아니라 박정희의 무엇을 존경해야 할지를 확인해야 한다. 거기서 참된 보수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