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 솔직히 밉지 않아요. 거버너로서 이재명, 남경필을 좋아하기도 했고. 지난 지방선거 때 문빠들이 '혜경궁 김씨' 운운하며 "마녀사냥"을 할 때, 그 욕을 먹어가면서 그들의 부당한 공격에 맞서 그를 엄호했던 게 저였으니까요. 친문실세 전해철씨를 향해 아예 방송에 대고 그 짓 그만 두라고 경고까지 했었으니까요. 그 즈음 공지영씨와 김부선씨가 추잡한 공세까지 펼쳤던 것, 기억하시죠? 그때 김부선씨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얘기한 것도 저였죠. 이재명 지사, 결국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는데, 개인적으로 무리한 판결이라고 봅니다.

사실 어제는 어느 유튜브 방송에서 진보진영이 이재명지사에게 배울 게 있다고까지 얘기했습니다. '기본소득제' 같은 거, 코로나 사태는 그 의제를 설정할 절호의 기회죠. 아니나 다를까, 이지사가 치고 나오더라구요. 정치에서 어느 정도의 포퓰리즘은 필요하죠. 다만, 그것이 그릇된 방향으로 흐르면, 위험해집니다. 예를 들어 지금 같은 상황에서 기독교회를 적으로 돌리면, 당장 대중의 호응을 받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통합의 리더십'이 아니죠. 지자체장은 물론이고, 특히 대통령에게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거버너는 특정정파의 대표가 아니거든요.

이 분이 정치감각이 다소 과도합니다. 당내 대권후보 경쟁에서는 아직 언더독이니, 이번 코로나 국면에서 올라간 지지율을 더욱 더 끌어올려야 했겠지요. 그러려면 친문세력과 그 지지자들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조국이 낙마하는 바람에 그 동네가 사실상 무주공산이 됐거든요. 그곳을 차지해야 하는데, 양정철의 화해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문빠들은 아직 그의 죄(?)를 용납하지 못하는 상태라, 섣불리 그 빈 자리로 들어올 수 없었죠. 그러다가 이번에 기회를 포착한 겁니다. 주인을 잃은 문팬덤의 마음을 사기 위한 행보를 막 시작한 겁니다.

이낙연의 행보와는 결이 다르죠. 이낙연은 경쟁에서 앞서 가고 있으니, 본선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죠. 조국을 옹호했다가는 본선에서 중도층을 놓치게 되거든요. 작년 조국 임명을 강행했을 때 당과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쳤던 것, 기억하실 겁니다. 그래서 조국에게 "마음의 빚"은 없다며 선을 그은 거죠. 반면, 이재명 지사는 언더독이라 일단 예선부터 통과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민주당의 핵심인 친문과 그 지지자들이 자신에 대해 가진 불신과 반감을 불식시켜야 하구요. 그러니 예선이 끝날 때까지는 '조국 마케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겠지요.

확전을 원하시겠지만 그건 도와드릴 수가 없네요. 그 전략이 성공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구요. '팬덤'의 지지는 감정에 기초한 것이라, 사안에 대한 이성적 사고나 이해에 대한 합리적 계산을 넘어 맹목적인 구석이 있거든요. 한번 찍히면 영원히 찍힌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이해합니다. 서로 겉마음은 달라도 속마음은 같을 겁니다. '공정사회'를 지향하시는 분이시니, 입과 달리 그 마음만은, 부모 잘 만나 위조된 서류로 대학에 들어간 학생이 아니라 그 애 때문에 영문도 모르게 떨어져야 했던 학생에게 가 있을 거라 굳게 믿습니다. 아니라면 대통령 자격 없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