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하다…
느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다가
갑자기 전쟁이 터져서 징집,
전쟁에 나갔다가 정전협정일
딱 열흘 전에 중공군 포로로 잡혀
51년 만에 돌아와보니
듣도 보도 못 했던 아들이
80살 넘은 새색시,
그 아들의 엄마,
그 포로의 부인이 함께 살고있더라.

17살, 어린 나이에 전쟁이 나서
동네 친구들하고 자원입대하고
딱 사흘 만에,
6·25가 터지고는 딱 일주일 만에
총을 어떻게 쏘는지,
훈련도 못 받은 채 전장에 나가
총을 맞고 쓰러진 중대장을 업고
정신없이 뛰었는데 뒤에서 철퍽!
중공군한테 잡혀 포로가 되어서도
8번이나 탈출을 감행하다 잡혀
북한억류생활 49년 중 40년을
감옥에 갇혀 얻어맞아야 했다.

더 기구한 일은 까까머리 중학생.
6.25가 터졌지만 피난길이 늦어져
끊어진 한강다리를 못 건넜는데
밀려내려온 인민군이 매일 운동장에
까까머리 중고생들을 모아놓고는
'의용군'이란 것을 만들어
북한으로 끌려가 군사훈련을 받고
인민군으로 내려왔다가 자수,
포로수용소에 갇혔다.

피비린내나는 수용소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석방돼,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 앞에 꿇어앉자
'넌 어쨌든 조국에 죄를 지었으니
이제라도 국군에 입대해서
네 죄값을 바치라'

아버님이 엄명하시기에
곧바로 국군에 입대했다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 하고
1953년 7월 13일,
정전되기 딱 이주 전에 이번엔
인민군의 포로가 되어 49년을
아오지 탄광지대,
여기저기 끌려다니다 탈북해 왔다.

이미 아버지, 어머니는 다 돌아가시고
형제자매도 대부분 돌아가신 상태.
이들 모두 북한에서는 43호.
'우리나라'에서는 장막에 쌓인 채
'탈북 국군포로'라 불리는 이들이다.

80명이 탈북해와 현재
22분만 생존해 계신다.
최고령자는 국군창설 멤버인 98세.
이분들을 포함해서 5분이
내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2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
지난 7월 7일, 두 분이 승소한
바로 그 사건의 두 번째 소송이다.
이들의 고통과 저당잡힌 인생값이
어찌 2100만 원뿐이겠는가?
만은…

그래도 우리 법원이 공식 인정한
법리만 그대로 따라서 소송하면
적어도 이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단돈 2100만원으로 상징되는
명예회복이 더 급하고 중하다, 싶어
내일(9/2) 오전 10시 50분.
서초동(교대역)에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 접수.
11시에는 서울중앙법원 정문, 일명
장미터널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

기구한 삶,
국가가 버리고 감추고 짓밟아버린
'탈북 국군포로'라 불리는
우리의 아버지, 형, 오빠,
누군가의 아들이자 지아비.
그리고 오늘 이 시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 위에서
허둥대는 우리 모두의 영웅들인
탈북 국군포로 어르신들의
작지만 아프고, 기구한 몸짓에
페친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박수
그리고 뜨거운 눈물, 부탁드립니다.

국가가 잃어버린 길,
통치자가 팔아버린 영혼에
탈북 국군포로 어르신들이
희망의 씨앗을 심으실 수 있도록
손을 꼭 잡아 주세요.
따뜻한 길동무가 되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