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고 놀라고 또 놀란 놀라움의 연속>

김정은이가 이른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이란 것을 했다. 놀랍게도 동아일보에 그 전문이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것을 실은 기사 제목을 《[전문] 김정은이 눈물로 읽어내려간 열병식 연설문》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김정은이가 눈물로 읽었으니 한 번 읽어보라는 권유 같아서 또 놀랐다. 읽을까 말까 몇번 망설이다가 마침내 그 유혹을 못 이겨 읽고 말았으니 우리 자신 또한 놀랍고 어리석다.

이따위를 신문에 실을 수 있도록 한 문 정권의 호의(?)와 친절(?)도 놀랍다. 그래서 동아일보가 발 빠르게 실은 것도 놀랍지만 그 내용도 놀랍다. 북한이 가장 애용하던 '혁명'이란 말이 단 한 자도 들어있지 않아서다. 이제 혁명의 대상은 조선 유습도 아니요 일제 잔재도 아니니 오로지 김정은 정권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혁명'이란 단어가 싹 사라졌을 것이다.

그 혁명이 들어갈 자리를 '인민'이 대신 차지했다 그래선지 온통 인민, 인민이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인민을 백 번이나 외친 듯하다. 지나친 강조는 헛것이거나 거짓말임을 대한민국은 다 안다. 그런데도 인민을 저토록이나 외쳤다. 그만큼 북한 인민이 깨어있지 못함을 뜻할 것 같아 또 놀랐다. 인민이 무지하고 굶주려야 3대 세습을 편안히 할 수 있다고 보아 인민을 당달봉사에 배고프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 놓고도 인민. 인민 찾는 게 꼭 우리 정치인들이 국민. 국민 찾는 거와 같아서 또 한 번 놀랐다.

우리가 타인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눈물을 흘릴 만한 대목은 없었다. 그런데도 김정은이는 눈물로 읽었단다. 문 정권 같은 쑈쑈쑈에 한 번 더 놀라고 읽기를 마쳤다. 우리가 냉정해서 눈물이 없는지 김정은이가 다정해서 눈물로 읽었는지는 하늘과 자유와 민주주의가 판단할 것이다. 거기에 문명국을 추구한다는 말이 있었다. 우리는 이미 문명국임을 자랑하거니와 세계도 인정하고 있다. 역시 대한민국은 위대한 내 나라임을 거듭 믿는 계기를 김정은이가 울면서 선사했으니 마지막으로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