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준사법적인 인권전담 독립 국가기관이다. 정권의 영향에서 벗어나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을 위한 역할에서 존재 이유를 찾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증진행동전략(2021~2025)’ 내용 중 향후 과제의 하나로 ‘북한인권법 폐지’를 언급하여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태영호 의원실에서 지난 6일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당 사항은 인권증진행동전략 수립을 위한 국내외 인권환경 분석 과정에서 최근 UN인권조약기구 및 UPR에서 우리 정부에 권고한 내용 중 불수용 사례를 예시한 것임” “표의 항목에 ‘향후과제’와 ‘불수용 권고 사항’으로 병기한 것은 국제사회의 요구를 신중히 검토하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의 정리임”라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인권법 폐지 과제 추진 계획에 대한 질의에는 “인권증진행동전략 수립 과정에서 UN인권조약기구 등이 우리 정부에 권고한 내용을 예시한 것으로, 현재 위 내용에 대한 인권위의 향후 추진 계획은 없음”이라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답변을 정리하면, UN에서 2017년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에서 우리 정부에 권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며 향후 추진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의 취재 결과 북한인권법 폐지는 오직 북한만 주장하였으며 북한이 요구한 2016년 탈북 종업원 12명 및 김련희씨 북송, 주한미군 범죄 처벌 등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명을 감안하더라도 문재인 정권이 북한의 요구에 쉽게 양보하고 저자세를 보여온 점을 생각하면 북한인권법 폐지의 추진 여부에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한다.
김여정 하명법이라 불리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를 자아내고 미국 의회 청문회까지 예고되어있는 상황에서 이번 국가인권위원회의 북한인권법 폐지 소동은 인권의 보편성에서 벗어나 남북한 특수관계에만 매몰되어 있는 한국 정부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