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기업의 사회공헌도는 세계1위
한국 대기업은 임금과 세금을 어떤 나라보다 많이 지출했고 주식공개로 여느 나라의 기업보다 국가·사회에 많이 환원했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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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기업의 사회공헌도는 세계1위
 
   대우, LG, SK, 두산, 삼성, 현대 등 세계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한국의 간판 기업들이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차례차례 ‘네 죄를 알렷다’라는 오랏줄을 받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다투어 거금을 ‘조건 없이’ 내놓는다. 더 이상 탐관오리에게 뜯길 것 없는 ‘가난’이 백성들의 최대 무기(<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 비숍)였던 조선말로 되돌아간 듯하다.
  
   개인 신분으로는 감히 근처에도 못 가는 대기업 총수가 고개를 푹 숙일 때마다, 방송과 신문과 인터넷은 아연 신바람이 나고 검찰과 여당과 시민단체는 10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간다. 먹지 않아도 하루종일 배가 부르다. 청와대 해바라기들은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소수 우익 신문과 거대 야당과 용기 있는 대학교수는 '중립적인 말'로 장단을 맞추고 추임새를 넣는다. 어디에도 대기업의 오빠부대는 없다. 그러나 취업 시즌이 돌아오면, 분위기는 일신한다. 제일 앞장서서 재벌을 성토하던 대학교수와 대학생들이 비굴할 정도로 애처로운 표정으로 수천 명 궁녀들이 임금님 한 분만 바라보듯 일편단심 대기업만 바라본다.
  
   한국의 대기업을 성토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은 정경유착과 천민자본주의다. 독재정권에게 정치자금을 두둑이 대 주는 대신 독과점의 이권을 넘겨받아 이로써 은행의 금고를 통째로 들고 가서 대충 공장을 지어 노동자를 착취하고 소비자를 봉으로 삼아 천문학적인 돈을 쓸어 담았다는 것이 정경유착이고, 족벌경영으로 제 가족만 호의호식했을 뿐 사회에 공헌한 바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천민자본주의다.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자는 즉시 재벌 앞잡이로 돌팔매질을 당한다. 한때 공병호가 TV에서 이런 말을 늘어놓다가 밥줄이 끊기고 부지런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무리 베스트 셀러를 내도 정부여당과 방송에서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서울대의 송병락이 제일 적극적으로 한국의 대규모기업집단을 옹호했지만, 점점 이름이 희미해지고 있다. 그는 만화가 이원복과 손을 잡고 경제만화도 몇 권 펴냈지만 동해에 조약돌 던지듯이 그 파장이 미미하기만 하다. 서울대의 조동성도 한국의 대기업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글과 말을 발표하지만, 그 역시 구미(歐美) 기준에 맞추고 있을 따름이다. 21세기의 벽두에 지구상에서 거짓말같이 사라진 마르크스 기준으로 대기업을 재단하는 풍토가 대세를 이룬 한국의 사정을 고려하면, 그런 학자도 돋보이기는 하다.
   그나마 공병호가 몸담았던 자유기업원이 한국의 대기업에 대해 가장 호의적이지만 죽봉 들고 설치는 일개 시민단체만큼의 영향력도 없다.
  
   20세기 최고의 경영학자로 일컬어지는 피터 드러커는 생전에 한국 얘기만 나오면 신이 났다. 기업가 정신은 단연 한국이 세계 1위라고 했다. 깜짝 놀라는 사람들에게 그는 1950년대의 한국과 1980년대의 한국을 비교해 보라고 했다. 중소기업 하나 반반한 것 없던 한국이 일본 이후 처음으로 불과 한 세대 만에 세계적인 대기업을 속속 배출했고 그 아래 주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무수한 중소기업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미국이 시키는 대로 서구가 시키는 대로 곧이곧대로 하지 않고, 그렇다고 국내 학자가 시키는 대로도 하지 않고, 정부 주도로 선택과 집중의 방식을 밀어붙여 기업을 키우고 또 키우는 동시에 눈뜬 채 코 베이고 잠깐 한 눈 팔다가 눈알이 뽑히는 거친 세계시장으로 사정없이 내몰아 국제 경쟁력을 키우고 또 키운 박정희 브랜드의 경제정책이 공전의 대성공을 거두었다는 말이다. 국내산업을 보호한다며 대체산업 어쩌고저쩌고 하던 나라들(박정희도 애국심에 불타서 처음 몇 년 동안은 자유당과 민주당이 만들어 놓은 엉터리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이렇게 했음), 예를 들면, 한때 세계 5위권 경제강국 아르헨티나나 세계 최대 민주국가를 자랑하는 인도 등은 정부의 과보호 속에 나날이 국내 대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뒤떨어져 한국이 경제개발계획을 실행에 옮긴 지 불과 20년에 이미 상대가 안 되었던 것이다. 정경유착은 바로 그런 나라에서 가장 심했던 것이다.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되기 싫다며 국내산업을 적극 보호한 그런 나라에서 오히려 정경유착이 한국보다 월등히 심했던 것이다.
  
   이런 말을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대만의 중소기업을 가리키며 한국에서는 득의만면해 하는 애국자가 삿대질을 해댄다. 참 순진한 사람들이다. 대만은 장개석 정부가 대기업은 모조리 국민당 소속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대기업이 못 큰 것이다. 대신 아무 간섭도 안 받은 중소기업이 잡초처럼 싱싱하게 자랐다. 그 결과 대만은 한국의 대기업만 바라보면 속이 쓰리고 아리고 신물이 올라온다. 한국도 국민당과 비슷한 정책으로 대기업보다 더 커 버린 공룡이 있다. 그게 바로 공기업과 은행과 농협과 축협이다. 농협 하나만 해도 한국의 1위 대기업 삼성 그룹 전체의 자산보다 많지만, 그들의 국제 경쟁력은 대부분 엉망진창이다.
  
   80년대 이후엔 한국의 대기업은 더 이상 정부가 도와 줄 필요가 없었다. 규제를 풀고 간섭만 줄이면 쑥쑥 자라 세계적 대기업과 어깨를 겨룰 정도로 성장했던 것이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사람으로 치면, 피죽도 못 끓여 먹던 두메 산골의 코흘리개가 천신만고 끝에 우등으로 대학을 막 졸업하고 높은 하늘과 드넓은 바다를 겁 없이 바라보던 전도 양양한 젊은이로 어엿이 자라났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80년대 이후엔 일방적으로 정치권력에게 돈을 뜯기기만 했지 한국의 대기업은 정부로부터 도움 받은 것이 거의 없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조폭과 시장 상인과 같은 관계였던 것이다. 나라에 세금은 세금대로 내고 큰 조폭(여당) 작은 조폭(야당)에게 번갈아 또 다른 세금을 뜯기는 신세와 같았던 것이다.
  
   한국의 대기업은 법인세로 2003년까지 과표의 27%를 내다가 2004년부터 25%를 낸다. OECD보다 원래 평균 5% 낮았지만, 이제는 각 나라가 법인세율을 경쟁적으로 내리는 바람에(1990년대 이후 세계 최대의 경제 돌풍을 몰고 온 아일랜드는 12.5%밖에 안 됨) 이제는 평균 2% 정도 덜 낸다. 이런 표면적인 것만 보면 한국 정부는 기업을 상당히 위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에는 이 법인세와 거의 맞먹는 준조세를 내야 한다. 말이 준조세지, 이것은 안 내면 절대 안 되는 세금 아닌 세금, 세금보다 무서운 세금이다. 2003년 기준으로 한국의 기업은 무려 23조 1천억 원의 준조세를 냈다. 그 해 법인세가 25조 6천억 원임을 감안하면, 한국의 기업이 특히 대기업이 국가와 사회에 얼마나 크게 공헌하는지 모른다. 소득의 약 50%를 법인세로 나라에 바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반면에 국내 진출 외국기업은 5년 동안 법인세 0% 내고, 그 후 1년마다 갱신하여 0%하는 식으로 영원히 한 푼도 안 낼 수 있다. 준조세도 이들은 안 낸다. 여론이 비등하면, 한 1천억 원 툭 던져주고 유유히 바다를 건너간다.
  
   한국의 대기업이 큰 몫을 담당하는 준조세는 다른 말로 하면 기부금이다. 해마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기부금을 내는 기업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마이크로소프트? 한국 기업에 비하면 정말 새 발의 피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기부금 많이 낸다고 사회에 환원을 많이 한다고 60억 인류로부터 온갖 찬사를 다 듣는다. 그보다 월등히 많이 내는 한국의 대기업은 제 가족밖에 모른다고 온갖 욕을 다 얻어먹고!
  
   이건 또 아무 것도 아니다!
   87년 노조가 자유화된 후 한국 대기업의 임금상승률은 거의 해마다 노동생산성을 웃돌았다. 그 결과 지금은 한국 대기업의 평균 임금은 우리보다 개인소득이 3배나 높은 나라의 대기업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아무리 후하게 쳐도 미국이나 일본의 2분의 1을 넘겨서는 안 된다. 안 그러면 중소기업을 후려칠 수밖에 없고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고 공장 문을 닫고 부동산 투기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은 삼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철밥통 아니 황금밥통을 자랑한다. 노조가 사실상 기업총수보다 세기 때문이다. 왜? 검찰을 수족처럼 부리는 정권과 노조가 유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는 정경유착(政經癒着)이 아니다. 정로유착(政勞癒着)이다. 그 결과는? 실업률과 비정규 노동자 비율의 가파른 증가다. 대학 문을 갓 나선 사회초년병들의 절망이다. 노동자의 약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노동자의 급속한 빈곤화다. 1985년만 해도 500인 이상 대기업에 비하여 10인에서 29인의 중소기업의 임금이 89.5%였지만, 2005년에는 겨우 58.8%밖에 안 된다. 노조가 합법화된 해가 1987년임을 생각해 보라. 그 인과 관계가 자명하지 않은가. 중소기업은 대개 노조도 없거니와 노조가 있어 봐야 살림이 빤한데 어쩔 도리가 없다. 상위 10%의 노조 있는 대기업이나 나날이 배가 불러질 따름이다. 아마 대기업의 노동자들은 머잖아 남자도 배가 너무 불러 우르르 애를 낳을지 모른다.
  
   한국 대기업의 사회적 공헌은 임금과 세금을 상대적으로 세계에서 단연 가장 많이 내는 데 있는 것만이 아니다. 한국의 대기업은 주식공개로 어떤 나라의 기업보다 국가와 사회에 많이 환원했다. 무슨 말인가? 한국의 대기업은 흔히 ‘주식 1%밖에 안 가진 총수가 독재경영을 휘두른다’고 일컬어진다. 이 말은 정확히 뒤집어 해석할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서 재산의 99%를 이미 사회에 환원했다는 말이다. 또한 세금으로 준조세로 고임금으로 정치자금으로 살과 피를 이리저리 뜯기고 뽑히는 와중에, 기업보국(企業報國)의 일념으로 회장이 고군분투하여 20세기 후반 세계최고 전문 경영인이라는 잭 웰치가 수시로 터뜨리던 중성자탄은커녕 새총 한 방 못 쏘고도(노조 소속 노동자는 한 명도 마음대로 해고하지 못하고도) 일사분란하게 기업을 이끌어 기적적인 흑자 경영을 계속했다는 말이다. 과히 한국 대기업의 총수들은 마법의 손을 가진 세계 챔피언급 도사 경영인이다.
  
   한국의 대기업은 갖은 악조건을 뚫고 아직은 거의 날마다 세계를 놀라게 한다. 만약 구미(歐美)나 일본과 같이 신나는 기업환경만 조성해 주면, 10년 안에 세계를 주름잡을 게 틀림없다. 두고 보라! 대기업의 총수가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어 가는 것을 보고 미국과 일본, EU, 중국, 인도 등 한국의 경쟁국들은 쾌재를 부른다.
   “잘한다! 노무현 정부! 정말 잘한데이! 명예박사 학위 받으러 오소.” (2006. 5. 11.)
[ 2006-05-11, 07:1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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