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도사인 필리핀과 인도는 왜 못 살까?
영어교육을 문법/독해, 회화/작문으로 이원화하면 너도 살고 나도 산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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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방진 놈, 두고 보라지. 앞으로 우리가 몇 년 내 필리핀을 앞설 테니. 그리고 10년 후에는 우리는 선진국이 되고, 필리핀은 영원히 후진국으로 남을 테니 두고 봐.' --박정희 1966년 2월 <<대통령을 그리며>> 이동원 지음

 1966년 2월 7일 박정희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에 나서는데, 필리핀의 마르코스는 바쁘다며 박정희의 구걸 외교를 거절했다. 이 치욕적인 냉대에 대해 박정희가 위와 같이 말했다고,  옥스퍼드대 박사 출신의 당시 외무부 장관 이동원이 밝히고 있다. 

 요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인수위의 이경숙 위원장이 연일 듣기 거북한 이중창으로 거북의 등을 타고 용궁으로 가는 산토끼마냥 영어 수구보수 세력의 간을 당장 꺼내 심심산천에 바싹 말리기라도 하라는 듯이 그들의 간을 새까맣게 졸이고 있다. 새 권력자들은 영어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고등학교만 나오면 사교육 없이 웬만한 영어회화 실력을 갖추게 하겠다고 장담한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영어수업은 영어로 진행하게 하는 것이라며, 2010년부터는 고등학교부터 전면적으로 그렇게 하겠으며, 당장 영어 몰입 교육을 시골의 초등학교부터 실시하여 영어만이 아니라 다른 과목도 영어로 가르치겠다고 결연한 목소리로 공언한다. 매년 3000명의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 가능 교사를 배출하기 위해 예산도 충분히 마련하겠다고 한다. 기러기 아빠, 펭귄 아빠의 눈물을 더 이상 두고 보지 못하겠다며 눈물 섞인 분노의 불꽃을 TV 화면 가득 피우고 있다. 영어능력 시험도 개발하여 2012년부터는 대입에서 아예 영어과목을 제외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한다.

 영어에 미친 나라답게 마치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지 못하는 것이 잘못된 영어교육 때문이라는 무언의 괴이한 사회적 합의에 이명박 정부는 전적으로 동감을 표시하고, 70년대에 열사의 사막에서 공기 단축의 눈부신 신화를 세우며 주로 세계 건설회사의 하청업자로서 뚝딱뚝딱 각종 사회기반시설과 건물을 세우던 것처럼, 5년 안에 당시 해외건설의 하청업자 수준인 오늘날 대한민국 영어 교사들을 전원 단기간 지옥훈련으로 담금질하여 한심한 대한민국의 학교 영어를 일제시대 일어처럼 사회의 공용어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장담한다.

 여기서 잠깐! 필리핀과 인도는 거지 아이도 유창한 영어로 외국 사람만 보면 쪼르륵 달려가서 자비를 구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대학 나온 사람도 외국 사람만 보면 걸음을 늦추거나 에돌아 가면서 슬금슬금 피하는데, 왜 필리핀과 인도 사람은 한국과 일본을 지상낙원처럼 생각할까. 이명박 정부는 747로 구체화하듯이 GDP를 최고의 잣대로 생각하는 것 같으니까, 네 나라의 일인당 국민소득을 먼저 비교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06년의 일인당 국민소득(GNI)은 필리핀 1천420달러, (요새 중국과 더불어 잘 나가는) 인도 820달러, 한국 1만7천690달러, 일본 3만8천410달러이다. 아마 이명박 정부는 다음 대통령 임기까지 포함하여 한국의 국민소득을 4만 달러 즉 현재의 일본 수준과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 국정의 가장 큰 목표인 듯하다. 그 방법 중 현재로선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영어교육 혁명과 한반도대운하 건설과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폐지다.    

 1966년 박정희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에서 들른 나라는 말레이시아, 태국, 자유중국이었다. 여기에 필리핀까지 합해서 이들 네 나라는 당시 한국인에게 꿈의 나라였다. 오늘날 동남아 국가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과 비슷했다. 한국은 1961년부터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1966년에는 일인당 국민소득이 130달러로 가파르게 올라갔지만 당시 필리핀은 269달러, 말레이시아는 323달러였다. 필리핀은 인구도 한국의 1.5배나 되었기 때문에, 국부(國富)가 한국을 압도했다.

 국제정치 무대의 가장자리에서 한국의 대통령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무대 한가운데서 열연하는 필리핀의 대통령을 바라보며 그의 농담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진지하게 들으며 그 즉시 장기기억으로 변환한 다음, 남들이 다 웃고 나서 제일 나중에 제일 크게 웃어야 할 만큼 초라했다. 더욱 기가 질리는 것은, 50여 년간 미국 식민지였던 필리핀은 일반 국민이 한국의 외교관보다 영어를 잘했다!(으메, 기죽어!) 필리핀은 대통령이 한국처럼 쿠데타로 집권한 게 아니었다. 1965년에 압도적인 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된 마르코스는 정통성의 문제에서도 동갑인 박정희를 한없이 깔볼 만했다. 마르코스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군과 치른 치열한 전투 경력도 있었고 독립된 국가에서는 하원과 상원에서 모든 최연소 기록 최다 득표 기록을 독점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귀족 출신이 아니고 서민 출신이었다. 국민들은 이런 마르코스를 보면 밥을 안 먹고도 배가 불렀고 자리에 누워 한국인이 유관순 누나를 떠올리듯이 가만히 그이의 모습을 떠올리기만 해도 감동의 눈물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오늘날은 어떤가. 박정희가 어금니를 물고 낮은 목소리로 예언한 그 말이 그대로 실현되지 않았는가. 그냥 못 사는 게 아니라 필리핀은 빈부격차가 얼마나 심한지 마닐라 도시 전체를 몇몇 가문이 소유하고 있고, 농민의 절대다수는 소작농인데 한국의 호남평야 같은 어마어마한 농지도 한 가문이 통째로 소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사회불안은 얼마나 심한지 마닐라의 호텔도 실탄을 장전한 군인과 경찰이 지켜야 하고 산에 숲이 좀 우거졌다 싶으면 공산 반군이 아지트를 틀고 들어앉았다가 수시로 출몰하여 붉은 혁명을 외치며 고작 수십 달러의 현금을 소지하고 있다 싶은 사람을 다짜고짜 총으로 쏘거나 인질로 잡아간다. 필리핀의 민주주의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요란하지만, 그것은 귀족 가문끼리의 나눠 먹기에 지나지 않는다.

 재미있는 통계가 하나 더 있다. 2003년에 해외취업 노동자가 고국으로 송금하는 돈(workers' remittance)에 관한 것인데, 1위가 인도로 216억 달러, 2위가 멕시코로 166억 달러, 3위가 필리핀으로 90억 달러다. 1991년에야 인도는 한국이 그보다 딱 30년 전에 시작한 경제의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섰다. 그 덕분에 지금은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인도와 필리핀은 해외송금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높다. 이코노미스트 2007년 판 통계를 보면, 한국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노동자의 송금 순위에서 46위에도 오르지 못했다. 46위가 2억5천만 달러니까 그것도 안 된단 말이다. 유학비용 등으로 나가는 돈이 오히려 비교가 무의미할 만큼 많다.

 인도는 인구가 10억이고 필리핀은 8천만이니까, 인구 비율로 보면 필리핀이 해외송금에 대한 의존도가 인도보다 약 5배 높다.   
 
 무슨 말인가. 필리핀에서는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국내에서 취직할 데가 없다는 말이다. 실지로 그들은 대졸 출신의 여자는 홍콩과 싱가포르에 가서 가정부로 취직하는 것이 소원이고, 대졸 출신의 남자는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허드레 일을 맡아 악착같이 돈버는 것이 꿈이다. 나머지는 한국과 대만 등에 가서 3D 업종에 종사하는 것이다. 그들 중에도 물론 미국에 가서 박사 학위를 따는 수도 있지만, 언제 필리핀 출신의 세계적인 박사, 엔지니어에 관한 뉴스를 들은 적이 있는가. 

 개개인은 어느 나라 사람이든지 비슷비슷한 능력과 심성을 갖고 태어난다. 어머니 뱃속은 어떤 새 생명에게나 에덴 동산이다. 그러나 어느 나라에 태어나느냐에 따라 어제까지의 에덴 동산은 지옥에서 낙원까지 천차만별의 스펙트럼으로 펼쳐진다. 북한에 태어나느냐 한국에 태어나느냐, 필리핀에 태어나느냐 한국에 태어나느냐, 인도에 태어나느냐, 한국에 태어나느냐, 일본에 태어나느냐 한국에 태어나느냐, 그에 따라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가 바로 결정이 된다. 필리핀한테조차 문전박대 받던 한국도 1960년대만 해도 거의 희망이 없는 듯했다. 대졸 출신이 서독의 광부로 가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식인들로부터, 필리핀 수준의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쓸모 없는 천재들로부터 갖은 비아냥거림과 섬뜩한 저주와 단정적인 예언을 들으며, 박정희 선생님이 칠판 앞에 분필을 들고 서는 대신 대한민국 전도(全圖) 앞에 빨간 스티커를 들고 서면서, 1960년대만이 아니라 1920년대 이후 태어난 대부분의 사람들의 운명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날마다 박정희를 술안주 삼는 사람들의 신수조차 나날이 훤해지기 시작했다. 야당도 재야도 대부분 부자가 되었다. 그들이 저주하는 대한민국에 태어난 덕분이었다. 그들은 아직도 박정희와 대한민국의 하늘같은 은혜를 불구대천의 원수로 갚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과연 필리핀이나 인도보다 영어를 못할까. 우선 당장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보자. 그는 당시만 해도 어선 몇 척이 드나들던 쓸쓸한 어촌 포항의 동지상고 출신이다. 고려대가 최종학력이다. 그런데 통역 없이 영어로 의사소통한다. 그는 한국의 전통 영어교육, 좀더 정확히 말하면 일본식 영어교육을 받았다. 그런데도 외국의 경제전문가나 정치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학교서 배운 건 하나도 없는데, 해외에 자주 출장 나가면서 천재적 두뇌로 귀동냥 영어를 익힌 것일까.

 국제화 시대라고 하지만, 아직도 한국인은 대부분 평생 외국인을 접할 기회가 없다. 영어교사, 영어영문학 교수도 그러하다. 대신 외국 사람과 자주 만나야 하는 사람들, 해외 지사로 나가야 하는 사람들, 영미권으로 유학 가는 사람들, 해외에서 태어나거나 부모 따라 해외에 산 경험이 있는 사람들, 최근에는 조기 유학 가는 학생들, 이들은 하나같이 영어를 잘한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영어회화를 잘한다.

 어릴 때 부모 잘 만나 영어를 잘하게 된 귀족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오로지 천재적 두뇌로 홀로 배워서 그렇게 영어를 잘하는 것일까.     

 문맹(illiteracy)이라는 것은 읽고 쓸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필리핀이나 인도만이 아니라 미국과 영국에도 문맹이 있다. 듣고 말할 줄은 아는데,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문맹도 등급이 있다.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문맹 소리는 듣지 않는다. 그것은 겨우 1단계 문맹에서 벗어났다는 말이다. 중졸은 2단계 문맹에서 벗어나고 고졸은 3단계 문맹에서 벗어난다. 3단계 문맹만 벗어나면 지금도 대기업 사장도 될 수 있고 은행장도 될 수 있고 국회의원도 될 수 있고 대통령도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스스로 4단계 문맹을 벗어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대학을 나왔다는 것은 한 전공분야에서 4단계 문맹에서 벗어난 것을 의미한다. 5단계 문맹은 박사가, 그것도 제대로 된 박사 아니면 벗어나기가 대단히 힘들다. 그들끼리 주고받는 말은 그 전문 분야에서 4단계 문맹을 벗어난 사람조차 알아듣기 어렵다.

 한국과 일본이 필리핀이나 인도보다 영어를 못한다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 한국과 일본에는 영어의 4단계 문맹을 벗어난 사람이 즉 영어로 된 전공 서적을 눈으로 능숙하게 읽고 머리로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필리핀이나 인도보다 훨씬 많다. 이런 사람이 필리핀보다는 인도가 많고 인도보다는 한국이 많고 한국보다는 일본이 많다. 이것은 정확히 일인당 국민소득과 비례한다. 일본에는 한국보다 5단계 영어 문맹을 벗어난 사람들이 훨씬 많다. 이들은 국제 학술회의에서 미국이나 영국과 나란히 앉는다. 한국은 이 점에서 일본과 아직도 숫제 상대가 안 된다. 

 문자언어(written language)가 아니라 음성언어(spoken language)의 측면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은 필리핀이나 인도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진다. 그 점에서는 분명히 한국과 일본은 필리핀이나 인도보다 영어를 못한다. 그 이유는 무얼까.

 한국과 일본에는 한국어와 일본어라는 언어환경(language environment)이 있고 필리핀과 인도에는 식민지 지배라는 슬픈 역사로 인해 영어라는 언어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힌디어가 있지만 이것도 16개 공용어 중의 하나일 따름이다. 그 중에 영어도 있는데, 이것이 숫자로는 힌디어에 어림없이 못 미치지만 전국적으로 가장 두루 쓰이는 언어다. 전국적으로 학교와 관청에 가장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35년간 일본의 식민지로서 학교와 관공서에서 일본어를 썼지만, 5천년 문화민족으로서 기껏 일본어 단어 몇 개만 남기고 일본어 잔재를 모조리 몰아냈다. 사실 이보다 더 큰 일제청산은 없다. 한국어는 UN 세계 언어분포에 따르면, 현재 8천만이 쓰는 당당 세계 10대 언어다. 과학기술 수준도 괄목하게 발전하여 2007년에 세계 4위 특허출원 국가로서 국제특허청에서 10대 언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제는 특허를 한글로 내도 낸다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일본식 영어교육을 받고도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은 천재라서 그런 게 아니다. 고려대학이 영어 원서로 4단계 영어 문맹을 벗어나게 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 이전에 중고등학교에서 3단계 문맹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대학 입학시험에 합격할 수가 없었다. 단 그는 상고를 나왔기 때문에 스스로 3단계 영어 문맹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배운 지가 얼마 되지 안 된다. 그러나 예전에 본고사 준비하던 고3은 요즘 고3보다 문자영어(written English)는 지금보다 수준이 한 단계 높았다. 지금의 대학 1학년 수준이었다. 

 이런 사람은 해외에 들락거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귀가 뚫리고 말문이 트인다. 박정희 선생님이 한국의 경제를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 선진국이 마련해 놓은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체제에 강제로 끌고 들어갔기 때문에 해외 상사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짜로 외국물을 먹을 수 있었다. 대통령 당선자도 본인이 알든 모르든 그렇게 나라 덕을 톡톡히 봤다. 누구보다 많이 봤다. 그가 외교관도 자녀 한 명 이상을 국내에 인질로 남겨둬야 하는 북한에 태어났으면, 그렇게 해외에 자주 드나들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고 음성영어(spoken English)를 접할 기회 또한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영어교육을 제대로 못한 적이 없다. 필요한 만큼의 영어는 충분히 가르쳤다. 한국도 국제화되면서 음성영어(spoken English)의 필요성도 절감하고 대략 1985년부터 중학교에서 의사소통(communication)에 중점을 두고 꾸준히 노력했다. 이제는 그 성과가 눈에 확 띌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드러난다. 23년간의 피나는 노력으로 이만큼 발전했는데, 전국의 영어교사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마치 노태우 정부까지 30년 동안 이룩한 세계 1위의 경제발전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처럼 무책임한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현대건설이 부도났다고, 그가 현대건설을 떠날 즈음에 이미 중동신화는 용꿈이 아니라 지렁이꿈이 되어 버렸다는 것을 이유로 경제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실패한 경영인이라고 매도하는 것처럼 무책임한 일이다.

 음성언어만 능통한 사람은 단순한 심부름꾼 이상의 일을 못한다. 이들에게 문자언어를 가르쳐 전문직을 갖게 하려면 초등 6년, 중고등 6년, 대학 4년 총16년이 걸린다. 그러나 문자언어에서 어떤 외국어의 4단계 문맹에서 벗어난 사람은 6개월 정도 그 언어권에서 놀기만 해도 귀가 뚫리고 말문이 트인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대졸 출신과 전문직이 선진국 수준이거나 그 이상인 한국이 실지로는 필리핀이나 인도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약 10년 전의 글에도 밝힌 바 있듯이 다시 같은 제안을 한다. 그것은 영어교육을 이원화하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처럼 문법과 독해는 한국의 영어교사가 담당하도록 하여 문자영어의 수준을 계속 끌어올리고, 회화와 작문은 원어민 교사 또는 원어민 수준의 교사에게 맡기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1년에 3천 명이라는 것은 듣기는 좋지만 지금껏 주어진 환경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가르친 전국의 영어교사에게 마른하늘의 날벼락 죄의식만 심어 주는 전시효과밖에 없을 가능성이 크다. 2년 후부터 3천 명, 이것은 말이 된다. 왜냐하면 젊은 교사를 중심으로 1년에 3천 명씩 영어권으로 어학연수 또는 학위취득유학 또는 여행을 보내되, 지금처럼 갈라먹기 식으로 또는 모든 영어교사를 원어민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용두사미 식 단기적 성과 지상주의의 명령과 지시 내리 먹임 행정으로 하지 말고, 그들을 한 달 두 달이 아니라 외국으로 2년 간 보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2년 후부터 문자영어와 음성영어를 함께 잘하는 학생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아마 10년 후에는 한국으로 영어 배우러 오는 유학생이 몰려들기 시작할 것이다, 오늘날 말레이시아나 핀란드로 영어 배우러 가듯이.   

                     (2008. 1. 26.)

[ 2008-01-26, 16:2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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